Q. 안녕하세요. 요 며칠 너무 궁금하고 답답한 상황이 생겨 연락드립니다. 예전에 길에서 아픈 고양이를 데려와 저희 집에는 지금 4살, 2살인 암컷 두 마리가 있습니다.20일 전쯤 둘 다 중성화 수술하고 거의 회복 중에 있었는데요.
최근 동네에서 새끼 낳고 이틀 만에 어미가 죽어버린 아기 고양이 네 마리를 데려와 분유 먹이며 돌봐주었습니다. 데리고 온 지 이틀째 한 마리가 비실하다가 죽고, 9일째 멀쩡하던 애가 갑자기 설사하면서 죽어서 아깽이 두 마리만 남아있는데요. 그 다음날부터 2살짜리 둘째가 새끼들에게 집착을 하네요.
처음에는 가끔 호기심만 보이고 하악질도 하던 애가 새끼들을 핥아주더라고요. 또 아깽이들을 배변 유도할 때 제 손에서 울기라도 하면 둘째가이상한 소리로 울면서 안절부절 어찌할지 모르고 새끼들을 물어 나르기도 합니다.
새끼들이 안 보인다 싶으면 침대 이불 속에 물어다 놓고요. 제가 못하게 하니 급하게 몰래 물고 가려고 배든 머리든 잡히는 대로 물고 뛰는데 이러다가 다칠까 싶어서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둘째를 다른 방에 데려다 놓았는데 잠도 못 자고 계속 울어댑니다. 오히려 새끼들을 방에 데려다 놓고 둘째를 밖에 내놓으면 그나마 맘이 편한지 쉬던데 방문 열리면 다시 저 몰래 물고 가려더라고요.
모성본능에 자기 새끼라고 생각해서 애착이 강한 건지 아니면 혹시 제 손에서 새끼들이 고생하고 죽어간다 싶어 피신시키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요. 그냥 두기엔 이불 속에서 깔릴까 걱정도 되고, 마구잡이로 물고 가려다 새끼가 다칠까 걱정도 되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너무 궁금합니다.

A. 안녕하세요. 24시 우리동물메디컬센터의 내과 원장이며, ‘수의사 어떻게 되었을까?’의 저자 김소연 수의사입니다. 오늘의 사연은 길에서 꺼져가던 아기 고양이들의 생명에 숨을 불어넣으며 키우시는 따뜻한 보호자님이 보내주셨습니다. 사연을 읽으면서 둘째의 의중을 알 수 없는 행동 때문에 보호자님이 겪는 어려움이 느껴졌습니다. 이제부터 보호자님의 걱정을 줄일 수 있도록 둘째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자기 새끼 아닌데 집착을?
둘째 고양이는 ‘공동육아’ 중!

자신의 새끼가 아니더라도 고양이가 모성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고양이가 ‘공동육아’를 하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새끼를 낳은 엄마 고양이들이 서로의 새끼를 돌보는 것을 공동육아라고 합니다. 봄철에 길냥이들이 새끼를 한 번에 많이 낳을 때에는 이런 상황을 심심치 않게 볼 수도 있습니다. 대개 한 번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는 고양이는 각각의 새끼를 자신이 낳은 새끼인지 정확히 확인해가며 기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자신이 낳은 새끼 고양이가 아니더라도 차별 없이 새끼를 보살피기도 합니다.
둘째는 임신을 해 본적도 없지만, 마치 엄마 고양이처럼 새끼 고양이들을 돌보려 시도 중인 것이지요. 둘째처럼임신 경험이 없는 다른 고양이들도 공동육아 행동을 보입니다.둘째의 공동육아는 중성화를 늦게 한 것이 영향을 주었다기 보다 고양이들이 흔히 보일 수 있는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육아의 경험이 부족한 둘째의 경우, 자칫하면 새끼가 다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아질까?

대개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을 물어 나르는 행동은, 새끼들이 스스로 움직이면서 보금자리를 벗어나려 하는 2-3주 차에 더 분명해집니다. 새끼를 열심히 물어 나르는 행동은 새끼들이 스스로 살아갈 힘이 갖춰지는 생후 2개월 차까지는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새끼들이 점차 성장하면서, 혼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지면 둘째의 육아 시도는 자연히 사라질 행동이랍니다. 또 새끼 고양이들이 생후 4-5주 차가 되면 뛰어다닐 수 있는 시기가 됩니다. 둘째가 새끼 고양이들을 물어 나르더라도, 다시 뛰쳐나와 온 집안을 누비고 다니게 되는 시기가 곧 온답니다.
고양이가 육아 중 새끼에 많이 집착하며 문제 상황이 유발될 때에는, 둘째가 새끼에 대한 집착을 줄일 수 있도록 보호자님과 반려묘 간의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를 제지하는 행동보다는 안심시키는 행동으로 집착을 줄이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먼저, 적절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시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새끼를 숨기려 시도하는 둘째의 행동을 제지하지 마시고 적절한 위치로 보금자리를 옮겨주세요. 두 번째, 새끼 고양이들의 근처에서는 둘째를 안심시키면서 천천히 움직여주세요. 세 번째로 둘째가 공동육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예를 들어, 새끼 고양이들의 배변 배뇨 유도 시, 둘째가 새끼 고양이들의 생식기를 핥을 수 있도록 유도해 주시면 좋습니다.
둘째와 새끼를 위한
적절한 보금자리, 이렇게 만들어주세요!

먼저 적합한 장소를 선정해야 합니다. 사람의 왕래가 적어 조용하고 약간 어두운 구석 공간이 가장 좋습니다. 둘째와 새끼들이 모두 들어갈 정도의 안락한 공간을 만들어 주시고, 시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가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안은 따뜻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담요를 깔아주세요.
새끼 고양이들을 새로운 장소로 이동시킬 때, 둘째도 간식 등으로 유도하여 같이 이동시켜주세요. 이때 새끼 고양이들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주의하여 천천히 이동시켜 주세요. 새로운 장소로 이동 후에는 둘째가 일시적으로 더 불안해 할 수 있으니 새로운 장소에서 좋아하는 간식을 주시며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둘째가 새끼들을 다른 곳으로 물어 나르지 않는다면, 둘째가 새끼들 곁을 잠시 비울 때에만 조용히 새끼들을 확인해 주세요. 새끼 고양이들을 자주 확인하는 행동은 둘째를 더 불안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합사 위한 노력보단
‘성묘 위한 공간’이 필요해요!
영역 동물인 고양이의 경우 합사의 어려움이 있지만, 새끼 고양이들과의 합사는 예외인 경우가 많습니다. 새끼들의 경우에는 성묘의 영역을 침범하여도 성묘들이 너그러이 받아들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 첫째와 둘째가 새끼 고양이들을 공격하거나 경계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합사를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새끼 고양이들이 커가면서 첫째나 둘째와 같이 살기 위한 다른 종류의 노력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활력이 넘치는 새끼들이 지치지 않고 장난을 치며 성묘들을 피곤하게 하는 등의 문제입니다. 그럴 때에는 새끼 고양이들은 쉽게 가기 어려운 좀 더 높은 곳에 (캣타워, 캣워크, 캣폴 등) 성묘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 반대로 새끼 고양이들을 성묘가 지나치게 따라다니며 괴롭힐 경우 보호자님의 제지가 필요합니다.
사연을 보내시고 보호자님께서 답변을 기다리시는 동안에도 꼬물이들이 많이 성장했을 것이 예상되네요. 꼬물이들의 생존력이 커질수록, 둘째의 집착도 많이 줄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조그맣고 소중한 생명을 지켜 주시는 보호자님과, 구조되어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은 고양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빕니다.
반려동물과 생활하며 걱정되거나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동그람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드리겠습니다.
댓글, 메일로 질문을 남겨주시면 채택된 질문을 직접 수의사,
트레이너, 변호사 등 반려동물 전문가에게 물어봐드립니다.
메일 제목에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라고 써서 보내주세요.
상황 이해가 쉽도록 사진과 영상을 첨부해 주시면 좋습니다.
*필수로 남겨주실 정보
나이/성별 및 중성화여부/입양경로/산책 빈도(개만 해당)
*메일 주소: animalandhuman@naver.com
※기존에 나갔던 사례인 경우 채택되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
질문 전에 다른 솔루션들을 먼저 꼭 확인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