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8세인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저희 반려견은 지난 2017년 오른쪽 눈에 급성 녹내장을 진단받았습니다. 녹내장 점안액인 ‘O솝’, ‘베O틱’을 넣으며 안압 조절 치료를 받았어요. 1년 전에는 안압이 50~60까지 올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반려견이 통증을 심하게 호소해 하품도 못하고 짖지도 못했어요. 이후 다시 안압을 조절하며 안정화가 되었습니다. (*개의 정상적인 안압 : 12~24)
계속 정상 안압을 유지 중이었는데, 최근 안압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40~50으로 올랐는데, 점안액인 ‘잘O탄’ 증량 했지만 안압이 조절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수의사는 안과 전문 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권유하셨어요.
그런데 이번에 안압이 높아도 아이가 평상시와 다르게 통증 증상을 보이지 않았어요. 수치상으론 안압이 올랐지만, 잘 지내고 있는 아이인데 안구 적출 수술을 받아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지금도 힘들어하지 않고 밥도 잘 먹고 있고, 평상시와 같이 생활합니다. 안구 적출 수술은 정말 아이가 힘들어할 때 그때 해도 되는지 아니면 안압이 높아 지금 수술을 해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사실 마음속으로 수술은 하는 걸로 마음이 기울었지만.. 언제 수술을 시켜줘야 하나 정말 고민입니다. 도와주세요!!
A. 안녕하세요. 벳아너스 회원병원 24시 다온동물병원의 이종진 수의사입니다. 녹내장을 앓는 반려견의 안압을 관리를 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반려견은 안압이 올라가면 통증을 호소하고, 보호자는 그런 아이를 간호해야 하니 보호자도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니죠. 이번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에서는 개의 녹내장 치료 방법과 주의사항들을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녹내장, 시력을 잃을 수 있어요!
우선 수의 영역에서 개의 녹내장이란 안압 상승을 동반한 망막신경절세포와 시신경 같은 신경다발에서 지속적인 자멸사(세포가 자연적으로 천천히 죽는 현상) 증상이 일어나며 건강과 시력에 영향을 미치는 질병입니다. 말이 어려울 수 있는데, 이해하기 쉽게 설명드리자면 정상보다 안압이 올라가면서 결국에는 시력을 잃을 수 있는 질병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 녹내장에 걸리면 왜 시력이 상실되나요? 🔗함께 보면 좋은 글 : 강아지 질병 백과 – 강아지 녹내장[Puppy Glaucoma] 눈 안의 앞쪽 공간을 채우며 영양분을 전달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투명한 액체를 ‘안방수’라 한다. 이 안방수는 섬모체에서 만들어져 수정체와 홍채 사이를 지나 홍채와 각막 사이의 틈새로 빠져나가는 흐름을 갖는다. 이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안방수의 배출이 원활히 되지 않아 안압이 상승한다. 안압이 일정 이상으로 상승하면 시신경이 손상되며 결국 시력이 상실될 수 있다 |
녹내장 통증, 있다가도 사라진다?
녹내장을 앓는 반려견은 통증으로 인해 활력이 감소되고, 공격적인 행동도 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안구의 공막, 즉 흰자 부분이 충혈되고 각막 부분의 부종도 관찰될 수 있습니다. 이외에 앞을 보지 못하고 부딪히거나 혹은 바로 앞의 간식을 찾지 못하는 증상도 관찰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통증 정도는 초기에는 굉장히 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만성 통증(통증의 정도는 약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통증)으로 변하는 등 통증 반응을 초기처럼 보이지 않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치료 방법, 시력 유무에 따라 달라져요!
녹내장의 치료 방법은 환자의 시력이 남아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만약 시력이 존재한다면, 약물로 관리하거나 외과적인 방법(레이저를 이용한 섬모체 파괴/섬모체 냉동술)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시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고통을 경감 시켜주기 위한 방법으로 약물을 사용하다가 결국 약물이 듣지 않을 경우에 안구 적출 수술 또는 안로 주사1) 등을 고려합니다. 녹내장이 한쪽 눈에 걸리면, 반대쪽 눈에도 걸릴 수 있는 확률이 크기 때문에 안방수2)의 생성을 감소시키는 안약과 간헐적인 스테로이드 안약을 이용하여 예방적인 관리합니다.
1) 안로 주사 : 녹내장 안압약의 횟수를 늘리거나, 종류도 바꿨지만 효과가 없으면 안로 주사를 맞을 수 있다. 안로 주사는 안방수를 생성하는 섬모체를 선택적으로 파괴해 안압이 오르는 것을 영구적으로 막는다. 안로 주사를 맞으면 더 이상 안약을 넣지 않아도 된다.
2) 안방수 : 눈알 안의 영양과 일정한 압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것이 많아지거나 배출 작용에 장애가 생기면 녹내장을 일으킨다.
보내주신 사연을 읽어보았을 때 우리 아이는 일단 시력의 유무에 따라 치료 계획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녹내장 환자의 경우 시력을 잃은 경우가 정말 많은데, 위 사연 속 반려견도 지난 2017년 처음 녹내장을 진단받아 치료하며 이미 시력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됩니다. 일단 녹내장 안약을 다른 종류로 변경하며 안압이 떨어지는지 계속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사연 속 반려견은 안압이 상승됐으나, 통증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고 했는데요. 통증은 결국 만성적으로 변할 수 있으며, 보호자가 반려견의 통증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기에 통증을 기준으로 치료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입니다. 치료 계획을 세울 때는 통증을 보고 판단하기보단 객관적인 안압 수치를 지표로 삼아 20이하로 유지해 주는 게 좋습니다.
녹내장 안압약, 내성이 잘 생겨요!
녹내장 환자의 안압을 관리하는 약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존재합니다. 특히 안압약은 내성이 잘 생기기 때문에 내성이 생겼을 때는 다른 안약으로 변경하여 안압이 떨어지는지를 확인해 안압을 관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관리를 하다가 결국 모든 안약이 듣지 않는다면 안구 적출술 또는 안로 주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사연 속 반려견도 위와 같은 방향으로 치료 계획을 설정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녹내장 치료제인 ‘O솝’과 ‘잘O탄’ 점안액을 넣었지만 안압 조절이 안 됐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효과 반응이 정말 없는 것인지 아니면 효과가 일어나는 지속 시간이 짧은 것인지 확인해 주세요. 만약 효과가 아예 일어나지 않는다면, 내성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기에 다른 안압약으로 반응성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관리하다가 안압약이 결국 듣지 않는다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님이 안약 관리가 힘들고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상황에 따라 적출 또는 안로 주사도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적 치료를 할지 안압약을 바꿔가면서 관리할지는 보호자님의 현재 상황과 아이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평소 수의사와 진료를 보면서 상담해 보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 같습니다.
녹내장 예방은 어려워요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보다 보면 녹내장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안타깝게도 녹내장은 일반 가정에서 예방할 방법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녹내장의 초기 증상은 안구에 명확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며, 한쪽 눈에만 시력 문제가 있는 경우 보호자가 더더욱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가정에서는 반려견의 눈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 평소와 다른 이상이 있다면 동물병원에 방문해 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 반려동물과 생활하며 걱정되거나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동그람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드리겠습니다. 댓글, 메일로 질문을 남겨주시면 채택된 질문을 직접 수의사, 트레이너, 변호사 등 반려동물 전문가에게 물어봐드립니다. 메일 제목에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라고 써서 보내주세요. 상황 이해가 쉽도록 사진과 영상을 첨부해 주시면 좋습니다. *필수로 남겨주실 정보 나이/성별 및 중성화여부/입양경로/산책 빈도(개만 해당) *메일 주소: animalandhuman@naver.com ※기존에 나갔던 사례인 경우 채택되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 질문 전에 다른 솔루션들을 먼저 꼭 확인해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