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올해 9살 반려견과 함께 사는 반려인입니다. 반려견이 최근 미용을 받았는데, 털이 짧아지니 사마귀 혹은 사람 뾰루지 같은 게 몸 곳곳에 나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실 예전부터 한 두 개 정도는 있었는데 매우 작았었습니다. 최근 다시 보니 목이나 등, 엉덩이, 귀 위나 눈 바로 윗 부분에도 생겼더라고요. 목에 있는 뾰루지는 크기가 커진 상태이며, 따로 가려움증을 호소하진 않습니다. 목욕시킬 때 잘 관찰하니 눈과 눈 사이에도 새로 생기려고 하는지 붉은 점 같은 것도 있었고요. 크기가 계속 커지다 보니 걱정이 됩니다. 강아지에게 왜 이런 피부질환이 생기는 걸까요? 혹시 악성 종양일 수도 있을까요? 지금보다 반려견이 어렸을 적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긴 했는데, 크기가 크지 않아서 그런지 괜찮다며 크게 살펴보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크기가 커지고 있는 상태라 이 정도면 치료를 받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

A. 안녕하세요. 벳아너스 회원병원 VIP동물의료센터 성북점 김은주 수의사 입니다. 사연을 읽어보니 반려견에게 갑자기 발견한 병변들 때문에 보호자 걱정이 컸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평소에 모르고 지내다가 미용 후 피부 종괴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인 건 보통 60~80%의 경우 양성이라는 점입니다. 육안적 특징으로만 양성인지 악성인지 구분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악성 종양일 경우 그 크기가 빠르게 커지므로 병원에 내원하여 검사가 필요합니다.
반려견 피부에 난 종괴, 이렇게 검사해요!
진단 시에는 바늘을 이용하여 세포를 얻고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세침 흡인(FNA/Fine Niddle Aspiration)’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 경우 검사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지만 말 그대로 획득한 일부 세포만 확인하므로 100% 정확하게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보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피부 종괴의 일부 혹은 전체를 절제하여 조직 병리학적으로 검사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 경우에는 1~2주 이상의 검체 해석 기간이 필요하며, 일정 기간 동안 병변 부위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게 좋습니다.

분홍색의 콜리플라워 모양? 노령견에게 흔히 나타나요
사연 속 반려견의 피부 종괴는 육안상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힘든데요, 진단명 대신에 피부 종괴라는 명칭으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피부 종괴는 양성 혹은 악성으로 나뉘며, 가장 흔한 양성 종괴로는 유두종, 지방종, 조직구종, 표피낭종이 등이 있습니다.
사연 속 반려견의 사진을 확인하면 사마귀처럼 보이는 콜리플라워(cauliflower/꽃양배추) 모양이 특징인 피지샘 종양(Sebaceous gland tumor)일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입니다. 피지샘 종양은 피부에 있는 기름샘의 양성 증식으로, 노령의 개에서 흔히 발생합니다. 보통 색상은 분홍색이며, 동그랗게 솟아 5mm~5cm의 크기로 자라는데요, 안에서 기름진 흰색 물질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양성의 경우 보통 별다른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아이가 불편해하고 출혈 등 염증이 지속되면 수술적 절제 혹은 레이저 제거가 필요합니다. 보통 수술 후에는 전이가 있지 않기 때문에 재발은 드문 편이나, 레이저 제거는 완전한 제거가 아니므로 재발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려견에게 흔한 피부 종괴5
피지샘 종양 외에도 잘 볼 수 있는 병변은 ①사마귀(Wart)입니다. 이 사마귀는 피부 또는 점막이 유두종 바이러스(CPV/Canine Papilloma Virus)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질환으로, 표피의 과다한 증식이 일어나 임상적으로는 작고 둥근 모양의 콜리플라워 모양으로 나타납니다. 유두종 바이러스가 감염된 사례 중 가장 흔한 경우는 어린 개의 입 안과 그 주위에 나타나는 병변이지만, 모든 연령대의 개의 다른 부위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감염된 동물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감염되며, 이미 감염된 아이들이 접촉한 장난감, 음식, 그릇 등을 통해서도 옮겨질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도 옮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강아지, 고양이, 사람 모두 바이러스 종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감염되지는 않습니다.
유두종 병변은 일반적으로 개의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숙된 후 몇 개월 이내에 스스로 말라 떨어집니다. 하지만 심한 경우 입안에 난 병변 때문에 개가 먹고 삼키는 행동도 매우 어려울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치료가 권장됩니다. (고양이의 경우는 특정 종양과 관계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수술적 제거 및 조직 검사가 필요합니다.)
다음은 ②지방종(lipoma)입니다. 지방종은 앞서 말씀드린 종괴들보다 크기가 다양하며, 30cm 정도로 크게 자랄 수도 있습니다. 만졌을 때 물렁물렁하며, 동그란 모양이 대부분이며 보통 중년에서 노령의 개에게 발견됩니다. 천천히 크기가 커지는 경향이 있으며 대부분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지방종이 커지며 움직임을 방해하는 위치에 있으면 외과적 제거가 권장됩니다.
다음은 ③조직구종(Histiocytoma)입니다. 조직구종은 개의 피부 세포가 과증식돼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매우 둥글고 붉은 모양이 특징입니다. 어린 성견에게 더 흔하게 나타나며, 대부분 몇 달 이내에 저절로 사라집니다. 만약 개가 평소와 달리 불편함을 호소한다면 수술적 제거가 추천됩니다.
이 밖에도 보통 ④쥐젖(Skin tag)이라고 불리는 병변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피부와 같은 색을 띠고 피부 결합 조직이 과잉 성장하며 형성됩니다. 노령인 개에게 흔하게 나타나며, 겨드랑이 같은 피부와 피부가 마찰되는 신체 부위에서 잘 발생합니다.
마지막으로 ⑤표피낭종(Follicular cyst)은 모낭이나 피지선이 막혀서 발생합니다. 보통 낭종의 내용물을 짜서 내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낭종의 파열은 감염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심각한 국소 통증, 염증 및 감염을 유발할 수 있기에 절대로 보호자가 짜면 안 되며, 동물병원에 내원해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수술적 제거 혹은 레이저 제거가 가능한데, 레이저 제거 시에 낭까지 제거가 안 될 경우 재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양성 종양은 종류가 다양하며 그 기전과 원인도 다양하기 때문에 특별한 예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면역력 증강을 위한 보조제나 피부 장벽 강화를 위한 유산균, 오메가3 복용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술적 제거 후에 적절한 연고를 바르거나 넥카라 착용 등으로 2차 감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려동물과 생활하며 걱정되거나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댓글, 메일로 질문을 남겨주시면 채택된 질문을 직접 수의사, 메일 제목에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라고 써서 보내주세요. *필수로 남겨주실 정보 *메일 주소: animalandhuman@naver.com ※기존에 나갔던 사례인 경우 채택되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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