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후 사지마비된 반려견…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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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제 반려견 ‘로또’는 생후 7개월 된 어린 강아지입니다. 그동안 밥도 잘 먹고, 활발하게 잘 지냈습니다. 예방접종도 이상 없이 다 맞아 얼마 전 첫 미용을 받았어요. 그런데 미용을 마치고 2시간 30분 정도 지났을 때, 로또가 갑자기 걷지도 서지도 못했습니다. 첫날은 미용 스트레스 때문인가 생각했는데 상태가 심각하자 다음날 동물병원을 방문했죠. 검사 결과 수의사는 로또가 척추 쪽에 문제가 생겨 마비 증상을 보이는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단 주사를 맞고 약도 처방받았지만 차도가 없어 침 치료가 가능한 동물병원도 방문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또 다른 동물병원에 방문해 MRI 검사를 받아 봤습니다. 검사 결과는 경추 이상으로 인한 사지 마비. 수의사 선생님은 로또 몸 자체가 약한데, 충격이나 트라우마에 의한 사지마비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로또는 상태가 더 심각해지며 혼자서는 서지도, 앉지도 못합니다. 밥도 혼자서 먹지 못하고 대소변을 볼 때도 도움이 필요해요.

로또가 미용 받은 업체에 바로 연락도 해봤습니다. 업체 측은 로또가 미용 당시에도 앉아만 있으려고 했다고 전했어요. (참고로 로또는 미용 직전까지 매우 잘 걸어 다녔습니다.) CCTV를 확인하기 위해 요청했으나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업체 측은 로또가 미용하기 전날 저녁 7시 30분부터 미용한 당일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까지 CCTV 녹화 영상이 삭제된 것 같다고 말했죠. 하지만 업체 측은 다시 말을 바꿨고, 직원 실수로 그 3일간 CCTV 전원 버튼이 꺼져있어 로또의 미용 당시 영상이 녹화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동물병원에서는 로또의 안락사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멀쩡했던 아이가 미용 후 갑자기 걷지도 못하는 아이가 되어 버렸어요. 지금은 누워서 밥을 먹고, 대소변도 혼자서는 볼 수가 없습니다. 로또는 지금 너무 작고 어려서 수술이 힘들며, 조금 더 큰 후에야 (수술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수술 후에도 뒷다리를 못쓸 가능성이 많고요.

CCTV가 찍히지 않았다고 하는데 정말 CCTV가 안 찍힌 건지 아니면 삭제된 건지 확인할 방법도 없을까요? 또한, 저희 쪽에서 미용 업체 측 상대로 로또 추후 수술 비용이나 현재까지 들어갔던 병원 비용을 받을 수가 있을까요?

반려견 로또의 갑작스러운 사지마비 증상,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사진 사연자 제공

 

A. 안녕하세요. 동물권 연구 변호사 단체 PNR의 서국화 변호사입니다. 반려견이 진료 중 혹은 미용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건강 상태가 악화된 경우 보호자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안타깝고 막막한 게 당연합니다. 사람과 달리 동물은 자신의 경험을 말로 설명할 수 없기에 진료나 미용을 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호자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지요.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일: 사실 및 인과관계 ‘입증’

사연을 읽으니 현재 반려견이 미용 후 건강이 악화됐고, 보호자님은 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하셨는데요. 미용 과정에서 업체가 고의 또는 과실로 반려견의 건강 상태를 악화시키는 행위를 했고, 그것이 원인이 돼 반려견 건강에 이상이 발생했다면, 이 사실을 입증해 수술 및 병원 비용 등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업체가 고의 또는 과실로 건강 상태를 악화시키는 행위를 했다는 사실 및 인과 관계 ‘입증’입니다. 아무리 존재하는 사실이라도 이를 소송에서 입증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지요.

의료 사고의 경우 사고를 당한 반려동물 보호자는 수의사 과실을 입증하고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진료기록이나 CCTV 영상을 요구합니다. 보통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이런 요구를 하게 되니 병원에서는 법적으로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내어주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의사법은 (보호자의)진단서 발급 요구 시 (수의사는)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는 규정1)을 두고 있습니다. 단, 진료 과정을 기록한 ‘진료기록부’에 대해서는 발급 의무에 대해 어떤 규정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동물 미용업과 관련해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은 미용 중인 동물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영상 정보처리기기(CCTV)를 사각지대 발생이 최소화하도록 설치하길 의무화2)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해당 CCTV로 촬영된 영상을 보호자에게 제공하는 점은 의무화하진 않습니다.

1) 수의사법 제12조 제3항 수의사는 직접 진료하거나 검안한 동물에 대한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또는 처방전의 발급을 요구받았을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2)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35조

동물 미용업체는 미용 중인 동물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영상 정보처리기기(CCTV) 설치가 의무입니다. 사진 사연자 제공

 

보호자가 할 수 있는 두 번째 일: 증거보전 신청

그렇기 때문에 보호자는 소송을 대비해 ‘증거보전 신청’을 하기도 합니다. 소송 절차에서 증거를 조사할 때까지 기다리면, 그 증거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하거나 곤란하게 될 사정이 생길 수 있는데요. 이때, 소송 절차와 별도로 미리 증거를 조사 및 확보해두는 절차가 증거보전 신청입니다. 보호자는 ‘미리 증거를 조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을 소명해야 합니다. CCTV의 경우 일정 시기가 지나면 삭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을 잘 설명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렇게 증거보전 신청을 통해 법원의 결정을 받아내는 경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CCTV 영상이 이미 삭제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이 절차를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 고의로 삭제됐다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경우 (관련된 영상이 아닌) CCTV 장치 자체의 증거 보전 신청을 고려해 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증거조사 절차에서 삭제의 임의성까지 조사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점은 난관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소송을 진행한다면 법원은 사건의 경위, 업체의 대응 등 여러 가지 상황을 확인합니다. CCTV 영상 유무만으론 소송의 결과가 결정되진 않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건의 실마리는 언제나 성의 있는 대응과 사과

만약 위 사연 속 보호자님이 보상을 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한다면 법원은 사건의 경위, 미용 전후 반려견의 건강 상태, 업체의 대응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CCTV 영상의 유무 만으로 소송의 결과가 결정되지는 않지만, 사실 CCTV 영상이 입증을 위한 중요한 자료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많은 보호자가 원하는 게 금전적인 배상도 중요하나 업체의 솔직한 대응과 진심 어린 사과, 그리고 앞으로의 재발방지입니다. 반려견이 하루아침에 거동을 못할 정도의 상황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든 상황에 소송까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도록, 당사자의 성의 있는 대응과 해결을 위한 노력이 동반되길 바랍니다.

서국화 변호사

동물권 연구 변호사 단체 pnr

http://pn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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