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8개월 된 아기 길냥이가 최근에 상태가 많이 안 좋아져서 문의드려요. 얼굴에 눈곱이 다 말라붙어 있고, 마당에서는 혈변도 몇 번 봤습니다. 밥이랑 물도 잘 안 먹고, 츄르도 거부하더라고요. 제가 잡아보려고 해도 조금씩 도망가서 쉽지가 않네요. 주위에서는 흔히 범백이라 부르는 범백혈구 감소증인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데요. 범백에 걸리게 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혹시 이 아깽이가 범백이라면 제가 어떤 걸 해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집 마당에 길고양이들이 쉴 수 있도록 숨숨집과 먹이 먹는 공간을 만들어뒀거든요. 범백이 전염병이라고 하던데, 이 아기 길냥이가 사용했다면 다른 아이들에게 전염이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전부 다 버리고 새로 마련해야 할까요? 고양이를 좋아하고 돌봐주고 있지만, 자세히는 알지 못해 사연 남깁니다. 답변 부탁드릴게요! |

A. 안녕하세요. 벳아너스 회원병원 24시 넬 동물의료센터 윤일용 수의사입니다. 길냥이들을 친절하게 돌보는 따뜻한 마음씨의 사연자분께서 상담을 주셨는데요.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범백)에 대해 알아보고, 사연자님은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부디 사연자님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양이 범백은 어떤 질병인가요?
흔히 범백이라 부르는 ‘고양이 범백혈구 감소증’은 고양이 파보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파보 바이러스는 외부 환경에서 일반적인 소독제로 잘 제거되지 않을 만큼 저항성이 강력합니다. 게다가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에서 잘 증식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새끼 고양이에 취약하고 신체 내에서도 소장이나, 골수 등에서 잘 증식하게 됩니다.
특히 고양이의 오줌, 변, 콧물, 물건 등에 묻어 전염되는 특성 때문에, 소독과 격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다행히 백신에 의해 대부분 예방되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매우 중요합니다.

범백에 걸리면 어떤 증상이 보이나요?
주로 바이러스가 소장, 골수에 잘 증식하는 만큼, 해당 부위에 관련된 증상이 나타납니다. 따라서 소화기 증상인 구토, 설사, 혈변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몸의 방어 기능을 하는 백혈구가 감소하므로 면역력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는데요. 이때 2차 감염에 쉽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중증으로 갈수록 식욕부진과 체온상승 이후에 저체온증, 그리고 사망으로 이어지는데요. 고양이 파보 바이러스의 증상은 질병이 상당히 진행되기까지 무증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이 중요합니다.
사연자께서 말씀해주신 식욕부진과 혈변은 고양이 범백 증상 중 하나입니다. 물론 사연 속 증상만으로 범백 감염 여부를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범백의 치료법은 어떻게 될까요?
범백혈구감소증은 어린 고양이라면 사망률이 90%에 이를 만큼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주된 사망 원인으로 지속적 설사에 의한 탈진, 전신 장기 기능 저하, 약해진 몸 상태에서 각종 세균에 의한 2차 감염과 패혈증 등이 있습니다. 범백혈구감소증에 걸렸다면 반드시 병원에 입원해서 관리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직접적으로 바이러스를 죽이는 항바이러스제는 현존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쇠약해지기 전에 체내의 회복 능력을 유지시켜 주는 게 필요합니다. 탈수와 순환부전이 사망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이므로, 수액 처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세균의 2차 감염 방지를 위해 항생제도 도움이 됩니다. 혈구 수치 저하에 따라 조혈촉진제나 수혈 등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입양 직후 파보 바이러스 검사를 적극 권장 해드립니다. 또한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은 백신에 의해 대부분 예방되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접종을 꼭 해두세요!

범백을 앓는 고양이, 어떻게 케어해야 할까요?
범백에 걸렸다면 충분히 회복이 될 때까지, 반드시 병원에 입원해야 합니다. 구토, 식욕감퇴, 설사, 혈변, 백혈구 수치 저하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또 회복 후에도 2차 후유증으로 장중첩, 면역계 장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와 관련한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합니다. 예방과 회복을 위해서 충분한 영양 섭취도 중요하며, 앞서 강조드렸듯이 예방백신을 철저히 맞아야 합니다.

마당에 준비한 고양이 공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범백혈구 감소증의 원인인 파보 바이러스는 저항성이 매우 강해서, 수년 동안 외부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바이러스 자체가 외부에서 저항이 매우 강력하고 일반적인 소독제로 잘 제거되지 않아, 철저하게 소독 및 격리가 필요합니다.
가급적 범백혈구 감소증에 걸린 고양이와 접촉한 모든 물건은 버리거나 락스 등으로 소독해야 합니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다른 고양이가 있다면, 무조건 격리해야 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파보 바이러스에 대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치료의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길냥이를 데리고 반드시 병원에 방문하시기를 추천해드립니다. 부디 길냥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반려동물과 생활하며 걱정되거나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필수로 남겨주실 정보 *메일 주소: animalandhuman@naver.com ※기존에 나갔던 사례인 경우 채택되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