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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저희 집 강아지 ‘봉식’이는 올해 2살로 사랑둥이 성격을 자랑합니다. 봉식이는 뭐든지 잘 먹는데, 한 가지 안 좋은 습관이 뭐든지 입으로 가져가 맛을 보려고 한다는 점이에요. 초콜릿 같이 절대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은 제가 철저히 신경을 쓰지만 어제 봉식이가 제 치약을 먹어버렸어요. 가방에 치약이랑 칫솔을 갖고 다니는데, 제 가방 냄새를 맡다가 치약 뚜껑까지 열어서 먹었더라고요.. 제가 먹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봉식이가 얼마나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입에서 치약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댕댕이는 사람 치약을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요. 저희 집이 시골이라 근처에 24시 동물병원이 없어서 바로 병원을 가지 못했어요. 구토나 다른 특별한 증상을 보이진 않았습니다. 치약 짜 먹은 우리 봉식이, 괜찮을까요…? |
A. 안녕하세요 경기도 최초 피어프리 전문가 인증 블루베어 동물병원 대표원장이자 반려인인 신성우 수의사입니다. 봉식이가 무엇이든 입으로 가져가는 습관이 있군요! 이번에 몰래 먹은 치약뿐 아니라 다른 음식이나 이물을 먹을까 걱정이 많으실 거로 예상이 됩니다.
먼저 개가 사람 치약을 먹어도 되는가를 알아보려면 사람 치약과 개 치약의 차이점을 알아보는 게 중요합니다. 사람 치약과 개 치약의 차이는 “양치 후 뱉을 수 있는가”란 물음에서 확연히 갈립니다. 사람은 어린아이가 아니고서야 양치를 하고 나서 보통 치약을 뱉어냅니다. 따라서 잇몸과 치아에 좋은 치약을 삼키지 않고 양치질 후 ‘뱉어 낸다면’ 인체에 아무 문제 없이 무해합니다. 반면 개의 경우 치약을 뱉어 내고 입을 헹구는 행위가 불가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먹으면 해로울 만한 성분이 (치약에) 아예 포함되지 않습니다. (치아에 좋아도 먹었을 때 몸에 조금이라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사람 치약에 비해 강아지 치약은 치아에 도움 될만한 성분이 적은 게 사실이죠.
그럼 사람 치약에 든 주요 4가지 성분이 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치약 속 4가지 주요 성분✡
① 자일리톨
② 계면활성제
③ 멘톨
④ 불소
▶ 자일리톨
자일리톨은 이미 반려인들 사이에서 개가 먹으면 안 되는 성분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설탕 대신 쓰이는 인공감미료로 사람 치아와 잇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얘기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럼 왜 개는 자일리톨을 먹으면 안 될까요? 자일리톨 성분은 개의 체내에서 당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포도당에 비해 3~10배가량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저혈당 쇼크를 유발합니다. 또 체내에 빠르게 흡수돼 섭취 후 30분부터 24시간 넘는 시간 동안 췌장에서 과도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합니다. 저혈당 외에도 저칼륨혈증, 급성 간괴사, 간부전, 파종성 혈관 내 응고1) 등을 유발할 수 있으니 섭취 후 5~7일까지는 잘 지켜봐야 합니다.
1) 파종성 혈관 내 응고 : 혈액 내에서 응고가 일어나며 지혈 작용이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못해 출혈이 발생하는 질환
물론 모든 개가 자일리톨에 독성 반응을 나타내지는 않습니다. 같은 자일리톨 성분을 똑같은 양으로 먹어도 2kg 개와 15kg 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며, 당연히 2kg 개에게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일리톨은 워낙 적은 용량으로도 독성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개든 자일리톨을 섭취했다면 구토 처치, 위세척, 혈액 검사 등을 통해 몸에 문제가 없는지 꼭 체크하길 바랍니다. 자일리톨 섭취 후 1시간 내에 기력저하, 쇠약, 보행실조, 발작이 일어날 수 있으며, 소화기 이상 증상, 응고 장애, 간기능부전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자일리톨 섭취가 의심되는 상태라면 꼭 동물병원에 방문해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계면활성제
두 번째로 계면활성제입니다. 사람 치약에서 계면활성제는 거품을 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개의 양치질을 한 번이라도 했다면 사람과 다르게 거품이 나지 않는 것을 기억하실 텐데요. 계면활성제는 강아지가 섭취 시 소화기 증상을 나타낼 수 있어 반려견 치약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멘톨
세 번째로 멘톨입니다. 양치질을 하고 나면 시원한 느낌이 나게 하는 멘톨은 개에게 독성물질로 작용해 소화기관이나 입안 조직에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간혹 장이 약한 개가 양치질만 하면 설사를 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 또한 멘톨 때문입니다. 개 치약 중에도 닭고기향, 치즈향, 박하향 등 여러 종류로 존재하며, 박하향의 경우 멘톨 관련한 성분이 들어가 있을 수 있으니 확인해 보길 추천드립니다.
▶불소
네 번째로 불소입니다. 불소의 역할은 치아 표면을 단단하게 하고 세균 증식 억제, 충치 예방 등의 효과가 있습니다. 불소 자체는 치아에 굉장히 유익한 역할을 하지만 ‘과량’을 삼킨다면 칼륨 수치 상승, 칼슘 수치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설사와 구토 등의 위장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죠. 불소는 치아에 좋은 역할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적당한 양입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아이의 체중에 맞춰 (치아에) 불소도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반려견의 몸에 문제가 되지 않는 정도의 불소의 양은 강아지 치아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반려견 전용 치약을 고를 때는 제품의 성분 표도 꼼꼼히 확인해 보세요!
| 👉치약 성분 외 댕댕이가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 궁금하다면? 초콜릿, 포도, 돼지고기, 마카다미아, 우유, 양파, 마늘, 복숭아나 자두의 씨, 브로콜리 등은 절대 먹으면 안 돼요! 이 음식들은 간, 췌장, 신장 등 개의 체내 장기에 심한 독성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급여는 절대 금지해 주세요! |
사연 속 반려견인 봉식이의 몸무게가 적지 않다면, 이미 치약 성분을 무사히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통 반려견이 이물을 먹고 나서 5~7일 정도는 이상 증상이 없는지 유의 깊게 지켜봐 주셔야 합니다. 그 이후에 괜찮아 보이더라도 간, 신장, 염증수치는 꼭 검사를 받아 반려견의 건강을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신성우 수의사
반려동물의 심리적인 공포, 불안,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미국 동물병원관리연합(VHMA)의 Fear Free Veterinary Professional Certification을 수료했으며, 피어프리 적용과 세계고양이수의사회가 인증한 고양이친화병원인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이다. 동그람이에서 진행한 ‘고양이보호자를 위한 피어프리웨비나’를 강의 및 진행한 바 있으며, 강아지 1마리, 고양이 1마리의 집사이며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개하는 @Welivetogether페이지와 유튜브 수의사 삼선이아부지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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