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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영웅견’ 살해범의 말로… 징역10년에 배상금까지

정아람 에디터 조회수  

멕시코에서 사역견으로 일하던 개 두 마리를 독살한 범인이 최근 법원에서 무거운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지난 23일, 멕시코 케레타로법원 알리시아 바수토 가르시아 판사는 적십자사 소속 구조견과 정서치료 지원 동물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멕시코 6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0년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또한 가르시아 판사는 A씨에게 230만 페소(약 1억5,000만원)를 적십자사에 배상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6월 멕시코 케레타로에서 독극물을 묻힌 소시지를 거리에 살포해 구조견 ‘아토스’와 정서치료 지원 동물 ‘탱고’를 죽인 혐의를 받았습니다. 아토스와 탱고는 아무것도 모른 채 거리에 떨어진 소시지를 먹었다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아토스를 담당하는 훈련사는 개를 빨리 죽이려는 듯 소시지에는 여러 가지 독극물이 섞여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A씨는 범행을 저지른 이유를 묻자 “개가 싫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내가 다니는 거리에 구조견들이 다니는 게 싫었다”면서 “구조견 담당자들이 개를 잘 컨트롤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A씨의 주장과 달리 멕시코 국민들은 아토스와 탱고가 억울하게 희생당했다며 분노했습니다. 아토스는 보더콜리 품종으로 국제수색구조견협회의 인증을 받은 전문 구조견입니다. 지난 2017년 발생한 규모 7.1의 멕시코 대지진 당시 잔해 속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죠. 아토스는 해군 소속 구조견으로 맹활약한 ‘프리다’와 함께 멕시코 국민들의 영웅으로 불렸습니다. 이후 아토스는 과테말라 화산 폭발 현장에서도 수색 임무를 다하는 등 중남미 곳곳에서 활약을 이어갔습니다.

요크셔테리어 품종 탱고는 특유의 부드러운 성격으로 재난을 겪은 사람들의 스트레스와 불안,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다운증후군이 있는 아이들의 정서 치료에 가장 많은 역할을 해왔다고 하네요.

아토스와 탱고를 죽인 범인에게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여론은 점점 더 고조됐습니다. 특히 멕시코에서는 동물을 학대하고 죽인 범인을 그동안 사법처리한 예가 없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습니다.

탱고(위), 아토스의 생전 모습. 애니멀 폴리티코 캡처

각계 전문가들도 범인의 처벌을 위해 기꺼이 재판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공판에는 멕시코와 과테말라 소방대원과 공무원, 수의사, 구조견 훈련 전문가 등이 법정에서 아토스와 탱고가 생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밝혔습니다.

A씨에 대한 징역형이 선고된 뒤 현지 동물단체는 “정의가 실현됐다”며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첫 유죄 판결에 환영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피해 동물들을 대변해 이번 재판을 이끈 모니카 우에르타 무뇨스 변호사는 “피고인은 최고 징역 18년 형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도 “동물학대를 멕시코 사법당국에서 처음으로 다룬 사건인 만큼, 사회에 경각심을 주기에는 충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멕시코 이야기를 국내에 전하며 다소 씁쓸함이 남는 이유는 한국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건이 멕시코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있어서입니다. 얼마전 전해진 삽살개 ‘복순이’의 이야기입니다. 복순이는 지난달 24일 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한 음식점 앞에서 심하게 다친 모습으로 발견됐습니다. 동물병원에서 살펴본 복순이의 상태는 코 부위가 칼에 베이고 배 부위도 칼에 베인 흔적이 나타났습니다. 누군가가 음식점 앞에 묶여 있는 복순이에게 학대 행위를 가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24일 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학대당한 뒤 보신탕집으로 넘겨진 삽살개 ‘복순이’ 생전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복순이는 앞서 언급한 개들처럼 사역견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복순이도 사람을 구한 과거가 있었습니다. 3년 전, 복순이의 보호자가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당시 큰 소리로 짖어 이웃 주민들을 모두 불러 모아 제때 구호조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복순이는 ‘영특하고 기특한 개’라 불리면서 마을 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복순이는 학대를 당한 뒤 제대로 된 구호 조치를 받지 못했습니다. 복순이는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 24일 오전에 발견됐지만, 동물병원에 간 것은 오후 2시경이었습니다. 3년 전 복순이 덕에 남편이 목숨을 건졌음에도 복순이 보호자는 복순이에게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보다 못한 이웃 주민들이 복순이를 병원에 데려다 주라고 독촉한 뒤에야 복순이는 수의사의 진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더 안타까운 건, 복순이의 보호자가 복순이의 치료를 포기한 뒤 복순이를 보신탕집에 넘겼다는 사실입니다. 복순이의 치료비가 약 150만원으로 추정된다고 하자 병원을 나선 겁니다. 사건이 일단락된 뒤에 현장을 찾은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 관계자들이 복순이를 찾자 보호자는 복순이가 죽었다면서 ‘묻어줬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뭔가 미심쩍은 걸 느낀 비구협 관계자가 재차 추궁하자 결국 복순이를 보신탕집에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비구협 측은 보신탕집에 찾아가 냉동고에 보관돼 있던 복순이의 사체를 수습해 장례를 치러줬습니다. 비구협은 복순이가 죽기 전에 보신탕집에 넘겨졌다면 동물보호법 위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복순이 보호자와 보신탕집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복순이의 사체는 보신탕집에서 수습됐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사체를 수습한 뒤 복순이의 장례를 치렀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비구협은 사건 현장 인근 CCTV를 돌려보며 범행을 저지르는 모습을 포착했으며,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 내용을 토대로 경찰은 29일, 60대 남성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입니다. 다만, 비구협 관계자는 “사건 초기 경찰의 대응이 다소 아쉽다”며 “동물학대 사건은 신속함이 생명인데 사안의 중대함에 비해 다소 대응이 늦은 듯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개정된 경찰 ‘동물학대사범 수사 매뉴얼’에는 ‘악의적 동물학대에 대해 적극적 인지수사를 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사람을 위해 헌신한 동물이 학대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면, 그 억울함을 풀어주는 게 사람의 도리일 겁니다. 동물보호법으로 사람을 단 한 차례도 처벌한 적이 없었던 멕시코에서도 전례 없는 판결을 내리며 희생당한 동물들의 넋을 위로해줬습니다. 그러나 이미 동물보호법을 시행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사람을 구했던 동물을 위해 누구도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부디 이후에는 복순이를 사랑했던 마을 주민들 뜻에 따라 이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주기를 바랍니다.

동그람이 정진욱 8leonardo8@naver.com

정아람 에디터
fv_editor@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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