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목도리’ 체험하다 2분간 물린 어린이.. 처벌도 규제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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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형 실내동물원에서 어린이가 뱀에 물리는 사고(☞ 뉴스영상 보기)가 발생했습니다. 동물단체는 ‘터질 일이 터졌다’고 진단하며 근본적인 예방책 마련을 주장했습니다.

지난 12일 오후, 대전의 한 실내동물원에서 6세 어린이가 비단뱀을 안아보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다가 뱀에게 손가락을 물렸습니다. 피해 어린이는 비명을 지르며 울었지만, 어린이 옆에 있던 사육사는 뱀의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동물원 사육사 등 관계자 4명이 달라붙었고, 아이 아버지까지 나서 2분 가까이 실랑이를 벌인 뒤에야 사태가 일단락됐습니다. 피해 어린이는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3주간 추가 치료가 예상됩니다.

대구의 한 실내동물원에서 전시 중인 ‘버미즈 파이톤’. 관람객들이 손쉽게 만질 수 있도록 경계 없이 전시돼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아이를 문 뱀은 비단뱀과에 속하는 ‘버미즈 파이톤’입니다. 몸길이만 2m에 달하지만 독성이 없다는 이유로 종종 체험 프로그램에 동원됩니다. 체험 프로그램은 대부분 뱀에 대해 사육사가 설명한 뒤, 체험자의 목에 뱀을 걸어주고 사진을 찍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야생동물 체험 프로그램을 문제 삼던 동물단체는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실내동물원, 동물카페 등 야생동물과 접촉이 가능한 곳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2018년 한 야생동물카페에서 방문객이 라쿤에게 공격을 당해 상처를 입은 일이 있었습니다. 책임을 묻는 손님에게 카페 주인은 ‘직원들이 더 많이 다친다’고 일축했습니다. 이는 그만큼 야생동물과 접촉할 때 사고 위험이 높다는 뜻입니다.

사고 가능성은 높지만, 이를 예방할 규제는 사실상 없습니다. 이번 사고를 접한 관할 지자체 대전시는 원인 조사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대전시 관계자는 동그람이에 “원인 조사는 공무원이 아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실질적으로 (사고를 일으킨) 동물원을 제재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해당 동물원은 아이 부모의 요구에 따라 공식 홈페이지 등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당분간 체험 프로그램을 중단할 예정입니다.

물론 동물원은 안전 관리를 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습니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 8조 1항에 따르면 동물원 운영자와 근무자는 보유 생물이 사람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조항을 어겼을 때 처벌은 법에 없습니다.

동물과 사람이 직접 접촉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동물복지에도 맞지 않고, 사람의 안전도 위협한다는 주장은 수년 전부터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정작 동물원수족관법에는 이를 규제하는 조항도 없습니다. 처벌도 없고, 제대로 된 규제도 없다 보니 체험동물원은 ‘안전 사각지대’인 셈입니다.

이 대표는 “현재 동물복지에 맞지 않는 체험 프로그램을 규제하는 법적 근거를 담은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소위 논의는 진행도 되지 않았다”며 “국회가 이 문제를 적극 논의하지 않으면 언제든 비슷한 사고는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시민들에게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동물 체험 프로그램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을 재고하기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동그람이 정진욱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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