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8세 어린이가 개에 물려 중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사고를 일으킨 개를 안락사 처분하려 했지만, 검찰이 이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한 동물보호단체도 안락사 반대 입장을 피력하며 논쟁이 비화되고 있습니다.
사건은 지난 11일, 울산 울주군의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했습니다. 하교하던 8세 어린이에게 목줄이 풀린 채 인근을 배회하던 개가 갑자기 달려들었습니다. 어린이는 개에게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지만 개는 어린이를 물고 놔주지 않았습니다. 2분여간 지속된 공격 상황은 이 모습을 목격한 택배기사가 손수레를 휘둘러 개를 쫓아내고 나서야 일단락됐습니다.
어린이는 목과 팔 다리 등에 상처를 입었으며 병원에 옮겨져 봉합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상처가 상당히 깊어 치료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119 구조대와 함께 사고 현장을 배회하던 개를 발견해 포획했고, 현재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로 옮겨졌습니다. 사고를 일으킨 개는 13.5㎏ 정도의 진도 혼종견입니다. 개 반려인은 과실치상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개의 소유권을 포기했습니다.
사건을 맡은 울주경찰서는 사고를 일으킨 개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안락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형사소송법 130조 2항에 따르면 위험 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은 폐기할 수 있습니다. 사고를 일으킨 개의 행동이 난폭한 만큼 안락사가 불가피하다는 뜻이죠. 그러나 17일 울산지검은 울주경찰서의 ‘압수물 폐기 처분’ 관련 지휘 요청에 “이번 사건의 압수물인 사고견은 비록 사람을 물어 중한 상해를 야기했더라도 위험 발생 염려가 있는 압수물에 해당하는지 의문이고, 지금까지 수사된 내용만으로는 위험 발생 염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보완수사를 지휘했습니다.
그러자 경찰은 “사건 영상을 보면 사고견은 흡사 맹수가 먹잇감을 사냥하는 것처럼 집요하게 아이를 공격한다”며 “안락사가 유일한 방안이라고 보고 관련 수사와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재차 안락사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경찰은 사건 당시 개의 행동에 집중하고 있고, 검찰은 추가 사고 위험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겁니다.
양측 해석에 동물권을 연구하는 변호사단체 PNR의 서국화 대표(법무법인 울림 변호사)는 “경찰의 해석에는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 대표에 따르면 형사소송법은 절차법으로, ‘가벌성’(잘못에 대해 처벌할 특성)을 따지는 게 아닙니다. 즉, 사건 당시의 행위보다는 현재의 상황으로 인해 미래에 발생할 위험 가능성을 따지는 검찰의 해석이 더 적절하다는 뜻이죠.

사고견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온순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검찰의 신중론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입니다. 사고견을 보호하고 있는 보호소 관계자는 “사람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온순한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사고견은) 사람이 지나가도 짖지 않는다”며 “맹견인지 확인하려 접촉을 시도했는데도 얌전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의 안락사 처분 방침 이후 동물보호단체가 나서 사고견을 인수하고 보호할 테니 안락사 처분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는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어린이가 받았을 정신적 충격과 육체적 고통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사회적 규범과 법률에 따라 이 개를 제대로 통제하고 관리하지 못한 견주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비구협은 안락사 처분에 대해 “개 한 마리를 죽인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비구협이 법률이 정하는 범위에서 책임지고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며 해당 개의 인수를 부탁했습니다. 이들은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조건만 담보된다면 그 개를 죽이고 얻을 사회적 가치가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피해 어린이가 받은 고통이 생각보다 큰 만큼 이번만큼은 안락사 처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비구협의 활동을 지지하던 시민들 중 일부도 이번 입장 표명이 부적절하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비구협 유영재 대표는 동그람이에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을 존중하며, 우리 의견이 소수의견이라는 것 또한 인정한다”면서도 “동물단체이기에 동물을 위해 말하는 소수의견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글을 올리게 됐다”고 취지를 전했습니다. 그는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을 실외에서 짧은 줄에 묶어 키우는 행태라고 지적하며 “평소에 짧은 줄에 묶여 있던 개들은 갑자기 목줄이 풀렸을 때 공격성을 띨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행법상 개물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락사를 실시한다는 명문화된 규정과 절차는 없습니다. 그러나 4월 통과된 개정 동물보호법에는 ‘기질평가제’ 도입이 포함돼 있습니다. 기질평가제는 사고를 일으키거나,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개의 공격성을 평가해 맹견으로 지정해 사고를 예방하고, 공공의 안전에 위험하다고 볼 경우 안락사 명령을 내릴 수도 있는 제도입니다.
문제는 이 기질평가제가 하위법령 마련 등의 이유로 2년 뒤에야 시행된다는 점입니다. 현재 법안이 통과된 뒤에도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개물림 사고는 잇따르고 있습니다. 결국 기질평가제가 도입되기 전에 안락사 논란은 계속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개물림 사고 대책은 이미 예정된 만큼, 법적 공백이 없도록 주무 부처의 기민한 대응이 필요할 듯합니다.
동그람이 정진욱 8leonardo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