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족관에서 생활하던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야생 바다로 돌아가기 위한 첫 걸음을 뗐습니다. 그러나 과거 방류 실패 사례도 있는 만큼, 신중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3일,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비봉이 방류 계획을 밝혔습니다. 비봉이는 2005년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인근 해상에서 혼획된 남방큰돌고래로, 퍼시픽리솜(구 퍼시픽랜드)에서 16년간 돌고래쇼에 동원됐습니다. 퍼시픽리솜은 지난해부터 호텔 신축을 위해 수족관을 폐쇄하고, 보유하던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이’를 경남 거제지역 수족관 ‘거제씨월드’로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비봉이는 홀로 기약 없이 수족관에 남아 있었습니다. 제주지역 동물보호단체들은 홀로 수족관에 남은 비봉이를 다른 남방큰돌고래들이 서식하는 제주 연안으로 방류하라고 요구했고, 해수부와 퍼시픽리솜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해수부는 비봉이 방류 계획을 ▲건강 상태 진단 ▲사육수조에서 먹이 포획 능력 확보 ▲해상 가두리 설치 및 이송 ▲가두리 내 야생 적응 훈련 ▲방류 등 5단계로 설정했습니다. 해수부는 브리핑 당시 “현재는 1,2단계가 사전 완료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해수부는 브리핑 바로 다음 날인 4일, 비봉이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마련한 야생 가두리로 옮겨 3단계를 실행했습니다. 해수부 관계자는 동그람이에 “비봉이의 상태는 양호한 편”이라며 “이송 후 잠시 안정을 취한 뒤 활어를 잡아먹는 모습까지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해수부는 향후 비봉이가 야생 적응 훈련을 성공적으로 소화하면, 위성항법장치(GPS)를 부착한 뒤 방류해 야생 적응 여부를 관찰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속도전을 내고 있는 비봉이 방류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비봉이와 같은 남방큰돌고래 방류가 실패로 돌아갔던 최근 사례가 있어서입니다. 지난 2017년, 서울대공원에서 지내던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는 제주에서 약 2개월 간 야생 적응 훈련을 거친 뒤, 방류됐지만,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금등이와 대포가 야생 적응에 실패한 뒤 폐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방큰돌고래 방류에 성공한 사례도 있습니다. 2013년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 2015년 ‘태산이’, ‘복순이’ 등 5마리는 방류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이 개체들과 비봉이가 다른 점이라면 ‘수족관 전시 기간’입니다. 방류에 성공한 5마리는 모두 성년기에 포획돼 3년~6년 정도만 전시됐습니다. 즉, 야생 생활의 기억이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금등이와 대포는 5~6세경 포획돼 19~20년 가까이 수족관 생활을 했습니다. 실제로 5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등이 마련한 ‘수족관 고래류 보호 관리 방안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미국 동물복지연구소’(Animal Welfare Institute) 소속 해양포유류학자 나오미 로즈 박사도 비봉이가 금등이, 대포 사례와 유사하다며 방류 성공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해수부 브리핑 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18년간 수족관에서 지내다 방류된 금등이와 대포의 사례에서 얼마나 반성적 고찰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비판 의견을 보였습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 역시 “금등이와 대포도 방류 직전 건강 상태는 양호했고, 활어도 잘 잡아먹었다”며 “과연 그때에 비해 얼마나 과학적인 근거로 방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동그람이에 “전문가들의 우려도 충분히 경청하고 있다”면서도 “금등이, 대포 때와는 달리 지금 가두리를 설치한 장소에는 야생 돌고래 무리가 많이 있다는 걸 확인한 만큼 이 무리와 비봉이의 교감 능력도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해수부는 야생 적응 훈련 도중 비봉이가 적응에 실패하면 다시 수족관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방류가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해 국내 수족관들과 조율 중”이라며 “야생에 방류했다 재포획할 경우도 염두에 두고 해외 사례 참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조 장관은 최근 방송되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이 고래에게 깊은 애착을 갖는 점을 언급하며 “고래는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비봉이 방류 이후에도 수족관에서 전시되는 고래들을 순차적으로 자연에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해양동물 복지 개선 의지를 밝혔습니다. 비봉이가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지, 수족관에 남은 고래류 동물들의 향방이 어떻게 될 지 주목됩니다.
동그람이 정진욱 8leonardo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