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금지 법제화’ 논의과정에서 정부가 수행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개 식용 반대 입장을 보였지만, 정부는 ‘여론 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라 향후 문제 해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합니다.
사회적 합의기구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위원회)가 지난 3월 전국 성인 1,514명을 대상으로 한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개 식용을 반대하는 여론은 과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 식용이 지속돼야 하느냐’에 대한 물음에 55.8%는 ‘개 식용을 멈춰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개 식용이 지속돼야 한다’는 응답은 28.4%에 불과했습니다.

개 식용을 법제화하는 것에 대한 물음도 있었습니다. ‘개 식용 합법화에 찬성하느냐’는 항목에는 52.7%가 반대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찬성하는 의견은 39.2%였습니다. 두 의견을 종합해 봤을 때 개 식용 반대 의견이 전반적으로 우세하나 ‘개인의 선택에 맡길 문제’라는 의견도 상당수라고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개 식용 자체에 대한 호불호를 묻는 질문에는 85.5%가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80.7%는 ‘앞으로도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최근 민간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팀이 지난 4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 식용 금지 법제화’에 찬성하는 의견은 64%였습니다. 반대하는 의견은 36%에 불과했습니다. ‘개 식용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의견 역시 79%에 달했습니다.

두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개 식용은 그만둬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은 맞습니다. 다만 개 식용 합법화에 찬성하는 의견도 30%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이 의견도 무시하기는 어렵다는게 정부 해석입니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정황근 장관은 10일 진행된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여론조사에서 개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사람이 80%를 넘고 법으로 금지하자는 분들도 상당히 많다”면서도 “‘법으로 금지할 일은 아니다’라는 의견도 있어서 시간을 갖고 의견을 모으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고 보고했습니다.
문제는 양측 입장 차가 크다는 점입니다. 식용견 사육업계는 ‘식용견 사육은 불법이 아닌 만큼 순차적으로 영업을 종료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위원회가 지난해 12월부터 2개월간 식용견 사육 농장과 음식점 등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농장 1,150여 곳에서 개 52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습니다. 이는 5년 전 추산치보다 35%가량 적은 수준입니다. 업계는 이 점을 들어 15년가량의 유예기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빠른 개 식용 종식을 요구하는 동물단체들은 ‘식용견 도살은 엄연한 불법’이라는 입장입니다. 이미 대법원 판결을 통해 개 도살 방식이 동물학대로 인정된 만큼 도축 과정의 불법성은 피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1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 점을 언급하며 “개 식용은 축산물위생관리법, 식품위생법, 폐기물관리법, 가축전염병예방법 등 최소 4개 정도의 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정부의 빠른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동그람이에 “80% 넘는 시민들이 ‘개를 먹을 의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개는 먹는 동물이 아니라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의 과감한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조 대표는 “개 식용 합법화에 찬성하는 의견 중 ‘개인의 식생활을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은 사실 ‘굳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에 가깝다”면서 “방관에 가까운 의견을 정책을 결정하는 지표로 삼을 수는 없다”고 말하며 정부가 이 문제를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이번 말복까지도 끝을 보지 못한 ‘개 식용 논쟁’이 현명한 결론을 낼지 주목됩니다.
동그람이 정진욱 8leonardo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