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는 삶을 체념한 듯 무기력하게 누워 있었습니다. 지난달 1일, 미국 미주리 주에서 활동하는 동물보호단체 ‘세인트루이스 유기동물 구조’(Stray Rescue of St.Louis)가 제보받은 사진 속 모습이었습니다. 당시는 아직 더위가 채 가시지 않아 폭염이 계속되던 한낮이었습니다.
사진을 제보받은 구조 책임자 도나 로크먼(Donna Lochmann) 씨는 동물전문매체 ‘더 도도’에 “현장에 강아지가 남아 있었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일단 나가보기로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로크먼 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강아지의 모습을 찾을 순 없었지만, 그는 ‘혹시 강아지가 그늘로 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강아지는 도로와 인도를 나누는 연석에 머리를 대고 누워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강아지의 상태는 매우 심각해 보였습니다. 외관상 다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며칠은 먹지 못한 듯 마른 상태였고, 무엇보다 무기력한 상태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강아지는 구조대가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잠시 고개를 들어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다시 떨궜습니다. 삶에 대한 의지가 잘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었죠. 로크먼 씨는 그 모습이 자신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이 개를 그대로 외면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죠.
우선 그는 강아지의 곁에 다가가 말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강아지가 그 말을 알아들을 리는 없었지만, 로크먼 씨는 반복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친구야, 우리가 도와줄게.”
그런데 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강아지가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로크먼 씨 일행을 따라 몸을 일으켜 걷기 시작한 겁니다. 몸을 가누기도 어려워 보였지만, 이 개는 비틀거리면서도 로크먼 씨를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개를 구조하는 데에는 목줄도, 이동장도 필요 없었습니다. 개가 일행을 따라 구조 차량에 선뜻 올라탄 겁니다. 그리고 차 안이 마치 제 집인 양 편안하게 엎드렸죠.

순조롭게 구조를 마무리한 일행은 개에게 ‘커비’(Curby)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그리고 이 개는 보호소 생활을 그리 오래 하지 않았습니다. 임시보호를 자처한 가정이 나타난 겁니다. 임시보호를 요청한 가정은 단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을 보고 “이 개는 보호소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며 임시보호를 신청한 겁니다.
커비는 이 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회복 중입니다. 사람 뿐 아니라 함께 지내는 강아지도 커비를 많이 아껴준다고 하네요. 덕분에 커비는 하루에 한 번은 친구 강아지를 꼭 껴안으며 잠들곤 한다고 해요. 삶을 포기하는 듯 무기력한 태도를 보이던 친구가 맞나 싶을 정도예요. 로크먼 씨는 “우리가 구조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귀여운 면을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커비의 앞날도 이처럼 행복한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네요.
동그람이 정진욱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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