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희망고문’처럼 들리지만, 힘든 일을 잘 견디고 나면 행복한 일은 언젠가 찾아온다는 뜻이죠. 하염없이 가족을 기다리는 유기견들에게도 ‘기다리면 행복이 올 거다’라는 이야기를 전해줄 만한 사연이 미국에서 전해졌습니다.
동물전문매체 ‘도도’에 따르면 지난 7월,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2주일 넘게 개가 방치됐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역 동물보호단체 ‘세인트루이스 유기동물 구조’(Stray Rescue of St.Louis)는 가정집의 한 계단실에서 개 한 마리가 유기되어 있다는 신고를 접했습니다.

신고를 한 사람은 집주인이었습니다. 집주인에 따르면 이 개의 가족은 이사를 간 세입자였다고 합니다. 집을 비우고 가는 과정에서 개를 버리고 간 것이죠. 집주인은 세입자가 개를 버리고 갔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세입자가 집을 비운 뒤 2주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야 누군가가 집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고 전해주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죠.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전화를 걸어 ‘왜 개를 버리고 갔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새로 이사 갈 집에서 반려동물을 허락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결국 원래 가족이 이 개를 다시 데려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집주인이 동물단체에 도움을 요청한 겁니다. 통화로 이 내용을 전달받은 동물단체 관계자는 전화를 끊자마자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텅 빈 집의 계단실 문을 열자 다소 마른 듯한 복서 품종 개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구조대원들은 섣불리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개의 눈빛에서 두려움을 읽어서였습니다. 실제로 개는 문을 열고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다소 경계하듯 몸을 움츠렸습니다. 동물단체 구조대원들이 조금씩 다가가려 하자 개는 아예 계단을 내려가 몸을 피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개가 공격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 상황을 피하려 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구조대원들도 개가 낯선 사람들을 만난 만큼 잠시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개에게 간식을 던져줬습니다. 그러자 점점 구조대원들의 곁으로 가까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구조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목줄을 채우고 집 밖으로 나가는 일까지 매우 순조로웠습니다. 심지어는 구조 작업에 활용하는 이동장조차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개는 사람에게 매우 친근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죠.
새로운 가족을 기다릴 이 개의 이름은 보호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정해졌습니다. 개는 그동안 많이 더웠는지 자동차 에어컨 통풍구에 얼굴을 들이미는 행동을 계속 보였는데요. 이 모습을 본 구조대원들은 에어컨 냉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프레온’(Freon)이라는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보호소에 도착한 프레온은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프레온은 건강검진과 간단한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채혈을 위해 잠시 주사를 맞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관계자들에게 입맞춤을 하며 강력한 친화력을 선보였다고 하네요. 단숨에 보호소 ‘핵인싸’로 자리 잡은 프레온은 보호소 관계자들의 마음을 단 하루 만에 모두 훔칠 수 있었다고 해요.
사람을 향한 애정공세는 결국 행복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치료를 마친 8월, 프레온의 입양 공고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갔는데, 불과 1개월도 되지 않아 가족이 나타나 입양을 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동물단체 측은 입양 사실을 알리는 게시글을 통해 “프레온은 강아지 형제가 있는 가정으로 입양돼 잘 지내고 있다”며 “아픈 과거는 이제 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게 돼 행복하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이는 매우 특별한 사례입니다. 프레온처럼 집에서 버려진 채 발견된 반려동물 중에는 방치돼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죽어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실제로 지난 7월 대구에서는 한 빌라에서 고양이 17마리가 집안에서 사체로 발견됐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 집에서 거주하던 20대 여성 A씨를 상대로 두 차례 조사를 진행했는데, A씨는 “개인 사정으로 4월부터 집을 비웠다”며 “고양이를 몇 마리 키우고 있었는지는 모른다”고 진술했습니다.
집에 사실상 동물을 방치하는 행위는 최근에도 전해진 사건입니다. 지난 달 20일 한 동물 미용업자가 불법 위탁받은 개들을 방치했다는 고발이 전해졌습니다. 동물권단체 ‘케어’가 SNS에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에 위치한 빌라에서 개 4~5마리가 방치된 채 발견됐습니다. 개들은 갈비뼈가 드러날 만큼 야윈 상태였고, 심지어 이 중 한 마리는 이미 죽어 있는 개의 사체를 먹고 있었습니다. 방 안은 개들의 대소변과 사료 포대, 청소 도구 등으로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케어는 이곳에서 불법 동물 위탁관리업을 하던 20대 여성 B씨를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B씨가 개들을 데리고 또 다른 곳으로 잠적해 찾고 있다”며 “B씨는 반복적으로 개를 구타하는 사람이라는 내용의 제보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B씨가 임차한 빌라의 집주인 역시 그를 사기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위에 언급한 사건들처럼 동물이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해 아사했거나 건강 문제가 심각할 경우에는 법적인 처벌이 가능합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에게 적절한 사육 환경을 제공하지 않고, 위생 및 건강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아 동물이 상해를 입었거나 질병에 걸렸을 경우에 한해 처벌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동물을 방치하는 현장을 적발했음에도 정부 기관이 제대로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는 점입니다. 법 조항에서는 동물이 목숨을 잃었거나 상해를 입었을 때만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는 방치 현장을 적발했다 해도 동물의 몸 상태가 좋은지 아닌지 육안으로 확인이 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지난 3월에는 경기 의왕시에서 고양이들이 방치된 사건이 있었는데, 일부 고양이 개체가 혈변을 보기도 했지만 지자체에서는 ‘학대라 보기 어렵다’며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건강 상태가 양호해 보이지 않는 일부 개체만 구조가 가능했죠.
이런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 모든 동물이 프레온처럼 제2의 견생을 쉽게 마주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이런 사건에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면, 가족을 구할 행운의 동물들이 조금은 더 늘어나지 않을까요?
동그람이 정진욱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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