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런 짓을…’ 쓰레기봉투서 발견된 강아지에게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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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람이가 유기동물 입양 편견을 해소하고, 올바른 입양문화 확산과 정착을 위해 동물보호단체를 통해서 ​유기동물을 가족으로 맞은 분들의 입양 후기를 전합니다. ​​

​​이번 사연은 대전광역시에 사는 정영주님이 유기동물 구조 및 입양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를 통해 ‘쥬니(남아, 생후 12개월)’를 입양한 사연입니다.

‘고작 1.4㎏’ 작은 개에게 벌어진 일

쥬니와 저는 대전의 한 동물병원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제가 쥬니의 임시 보호를 맡아 직접 동물병원으로 데리러 갔죠. 체중이 고작 1.4㎏인 쥬니를 조심스럽게 안아 “이제 집에 가자”라고 말했습니다. 쥬니는 마치 새끼가 엄마 품을 찾는 것처럼 제 품을 파고 들었죠. 이렇게 작은 개가 견뎠을 끔찍한 학대를 생각하니 눈물이 흘렀습니다. 쥬니는 과거 두개골이 골절된 채 쓰레기봉투에 버려진 아픔이 있었습니다.

2020년 7월 14일, 쥬니는 대전의 한 거리에서 발견됐습니다. 한 시민이 쓰레기봉투 안에서 신음소리를 내던 쥬니를 발견했고, 병원으로 데려가 도움을 청했죠. 검사 결과 쥬니는 두개골 골절로 뼈 일부분이 조각나 있었습니다. 나이가 생후 3개월밖에 안 돼 당장 외과적 수술을 하기에도 힘들었죠.

경찰 조사 결과 쥬니의 학대자는 전(前) 보호자였습니다. 남성은 쥬니를 1시간가량 폭행했고, 쥬니가 죽은 줄 알고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렸습니다. 다행히 쥬니는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이하 비구협)의 도움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저는 비구협 회원이라 쥬니의 소식을 챙겨 보고 있었죠. 임시 보호자를 구한다는 소식에 남편과 상의 후 쥬니를 데려와 보살피기로 했습니다.

“영혼을 갈아 넣을 만큼 열심히 보살폈어요”

쥬니가 집에 온 첫날 모습입니다.

쥬니의 임시 보호를 시작하고 3개월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제 영혼을 갈아 넣어 쥬니를 키웠다고 말할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쥬니는 머리를 다쳐서 절대적인 안정이 필수였죠.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사방이 푹신한 매트리스로 막힌 범퍼 침대를 구매했고, 쥬니가 그 안에서 생활하게끔 했습니다. 두개골이 골절된 후 한쪽 눈은 거의 안 보이는 상태였기 때문에 쥬니가 어딘가 부딪치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쥬니는 사람에 대한 집착이 심하고, 분리불안도 있었습니다. 저와 잠시만 떨어져도 울면서 흥분했죠. 남편이 돌봐줘도 제가 눈앞에서 사라지면 불안해했습니다. 결국 임시 보호 시작 후 3개월은 범퍼 침대 안에서 쥬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사람 아기는 우유를 먹이면 잠이라도 잘 텐데, 쥬니는 불안한지 10분마다 깨서 울었습니다. 잠깐이라도 혼자 두면 대변을 보고 곳곳에 묻혀놔 하루에 이불 빨래 6번은 기본이었습니다.

​잠도 잘 못 자고, 잘 못 먹는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쥬니의 임시 보호를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노력한 만큼 다행히 쥬니도 점점 건강을 회복해 나갔기 때문이죠. 비구협 스텝분들과 회원분들의 무한 응원, 지지 덕분에 더 힘낼 수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똥꼬발랄 치와와?

시간이 흐르며 쥬니는 살도 조금씩 붙고, 컨디션도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건강이 회복될수록 쥬니는 범퍼 침대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제가 급한 볼일이 생겨서 쥬니를 재우고 잠시 외출을 했습니다. 컨디션도 많이 좋아졌기에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습니다. 대신 홈캠을 설치해 수시로 상태를 확인했답니다. 택시로 이동하면서 홈캠을 확인하는데, 범퍼 침대 안에 있던 쥬니가 사라졌습니다. 홈캠을 아무리 돌려도 쥬니는 없었죠. 놀라서 곧바로 택시를 돌려서 집으로 왔습니다. 걱정과 달리 쥬니는… 여유롭게 집 안을 거닐고 있었어요. 범퍼 침대의 살짝 벌어진 틈을 비집고 나와 탈출에 성공했더라고요. 다친 데가 없어 다행이었지만 얼마나 놀랐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쥬니는 쪽쪽이를 좋아합니다.

범퍼 침대를 스스로 탈출했던 쥬니는 그 이후에도 발랄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한쪽 눈이 안 보였지만 쥬니는 어딘가에 부딪치지 않고 좋아하는 공을 갖고 놀았죠. 쥬니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쪽쪽이인데요. 앞서 말했듯 쥬니는 불안 증세가 있어서 특정 물건을 강박적으로 핥거나 씹는 일이 잦습니다. 밤에 잠들기 전까지 뭐든지 열심히 핥다가 잠이 들죠. 주로 인형을 핥을 때가 많은데, 안에 있던 솜까지 먹으려 했습니다. 고민하다가 아기들이 많이 쓰는 쪽쪽이를 사줬습니다. 쪽쪽이는 씹어도 괜찮고 잘 망가지지도 않아 쥬니에게 제격이었습니다. 다행히 쥬니도 쪽쪽이가 좋았는지 잘 물고 놀아요.

댕댕이 듀오 결성한 쥬니와 꿍이

사이좋은 개남매 쥬니와 꿍이

 

저는 쥬니의 임시 보호 전부터 반려견 ‘꿍이(6세, 여아)’와 함께 살았습니다. 쥬니를 처음 데려왔을 때도 꿍이에게 먼저 소개해 줬죠. “많이 아픈 아기라 꿍이가 잘 보살펴줘”라고 말했더니 꿍이는 별 반응 없이 쿨하게 방을 나섰습니다. 쥬니가 아프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던 걸까요? 꿍이는 쥬니를 괴롭히거나 질투하는 행동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쥬니가 꿍이를 귀찮게 하며 놀아달라고 했죠.

​꿍이는 쥬니가 칭얼대면 놀아주기도 하고, 간식이나 장난감도 모두 양보했습니다. 그동안 외동으로 살면서 사랑을 독차지한 꿍이에게 이런 스윗한 모습이 있는지 처음 알았죠. 쥬니와 꿍이는 함께 창밖도 내다보고, 잠도 같이 자는 사이좋은 남매가 됐어요.

임시보호에서 가족으로

쥬니를 임시 보호하는 동안 마음속으로 ‘나보다 더 좋은 조건의 보호자가 나타나면, 입양 보내겠다’고 항상 생각했습니다. 비구협 온라인 카페에 입양 홍보 글이 올라갔을 때도 쥬니의 평생 가족이 생기길 바랐죠. 하지만 입양자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쥬니의 가족을 기다릴 바에는 제가 쥬니의 가족이 되는 게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남편과 상의 후 결국 쥬니를 입양하기로 결정했죠. 저와 남편은 혹시 쥬니의 건강 상태가 더 나빠지더라도 잘 보살펴주기로 했습니다. 2021년 1월 18일 쥬니는 저희 부부의 두 번째 반려동물이 됐습니다.

쥬니와 가족이 된 후 대학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받았습니다. 평소에도 좋지 않았던 쥬니의 오른쪽 눈은 실명 상태로 확인됐습니다. 왼쪽 눈은 희미하지만 형태는 보이는 정도라네요. 제일 걱정한, 금이 간 머리뼈는 붙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아직은 시간을 가지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쥬니의 건강은 더 좋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저와 남편이 매일 정성을 다해 돌보고 있고, 무엇보다 비구협 스텝분들과 회원분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고 있으니까요. 쥬니의 건강을 항상 걱정해 주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지난해 쥬니가 구조됐을 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려준 동물병원 의료진분들에게도 고맙단 말을 전합니다. 쥬니가 앞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사진= 쥬니 반려인 정영주님

글= 동그람이 장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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