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입양? 동그람이는 위 ‘두 가지 마음의 준비’를 착실히 한 분들의 감동 입양 후기를 전해요🙏 이번 사연은 동물 구조 및 입양 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을 통해 |
안녕하세요, 저는 반려견 ‘범이(3세 추정)’와 함께 살고 있어요. 올해 1월 말부터 범이의 임시 보호를 시작해 4월 1일 가족이 됐답니다. 범이는 지난 2019년 전라북도 군산에 있는 애니멀호더 집에서 구조돼 비구협 논산 쉼터에 살았었어요. 가족을 만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우리 범이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입양 전 범이 이야기
지난 2019년 11월 비구협 측은 군산의 한 집에 비글 여러 마리가 방치돼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해요. 이후 현장에 도착한 비구협 활동가들은 깜짝 놀랐죠.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 즈음이라 날씨가 추웠는데, 비글 아이들은 바람 피할 곳도 없이 시멘트 바닥에 있었다고 해요. 짧은 줄에 묶여 있어서 그 자리에서 대소변을 보며 낯선 사람이 오면 짖는 게 아이들의 하루 일과 전부였습니다. 더 충격적인 점은 비글 아이들 중에는 출산한 어미견도 있었죠. 고무 대야 안에 어미견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들과 함께 있었다고 해요.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이는 예비 어미견도 있었죠.

비구협의 도움으로 애니멀호더 집에 묶여 살던 비글 아이들은 모두 구조됐어요. 구조된 비글 중 한 마리가 바로 범이었습니다. 범이는 크고 또렷한 눈, 비글다운 듬직한 몸매를 자랑했죠. 범이는 쉼터에서 잘 지내며 활동가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다고 해요. 착하고 애교 많은 성격의 범이지만 가끔 돌발 행동과 불의의 사로고 활동가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도 있었죠.
범이는 쉼터에서 잘 지내다 지난 2020년 특정 체구의 남성에게 큰 경계심을 보였다고 해요. 반려견 전문 교육소에서 교육을 잘 받고 돌아온 범이는 어떤 댕댕이보다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죠. 하지만 그때도 입양처를 찾지 못해 좋은 매너를 쉼터에서 밖에 쓸 수밖에 없었어요. 다음 해인 2021년 7월경 범이는 뱀에 물려 급하게 치료도 받았어요. 불행 중 다행으로 뱀에 물린 곳이 콧잔등이었고, 그 부분에 뼈가 있어서 상처가 깊지 않았다고 해요.

퉁퉁 부은 얼굴로 병원 입원실에 며칠간 묵었다는 범이. 면회 오는 사람 한 명 없이 외롭게 벽만 보고 지내진 않았다고 합니다. 다행히 비구협 관계자분이 매일 면회를 가 범이의 상태를 살폈다고 해요. 다행히 범이는 치료를 잘 받아 퇴원을 했습니다. 가족 없는 유기동물의 서러움은 이럴 때 가장 큰 것 같아요. 퇴원 후 따뜻한 집이 아닌 또다시 쉼터로 가야만 하는 현실 말이죠.
🐶깨발랄 범이와의 첫 만남
제가 범이의 존재를 처음 안 것은 비구협 네이버 카페를 통해서 였어요. 비구협 카페에는 그동안 범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스토리가 모두 담겨있었죠. 글을 빠짐없이 본 뒤 이상하게 범이가 계속 신경 쓰이더군요. 이후 범이의 임시보호를 결정하고 쉼터로 직접 가 만났는데요. 범이는 정말 자연스럽게 제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어요. 제가 무릎을 구부리고 앉으니 범이는 쓰다듬어 달라며 먼저 다가왔죠. 쉼터에 살아도 이렇게 애교 있고 살가운 성격인 범이를 보며, 쉼터 활동가분들이 범이를 많이 예뻐해 줬음을 알 수 있었어요.
범이를 데리고 집에 왔을 때는 조금 걱정하기도 했어요. 과거 범이가 특정 체구의 남성에게 경계심을 보였던 일이 있었는데, 혹시 저와 함께 사는 다른 가족들에게 경계심을 보일까 염려됐어요. 하지만 범이는 다른 가족들에게 경계심을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먼저 매달리며 애교도 부렸죠. 집안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샅샅이 냄새를 맡고, 소파도 껑충 뛰어오르며 첫날은 무사히 보냈답니다.

🐶힘들다는 다이어트도 성공!
범이가 점차 저희 집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제일 신경 쓴 점은 다이어트였어요. 범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데려갔을 때, 아픈 곳 없이 건강하다는 진단을 받았는데요. 다만, 과체중이라 살을 빼야 한다고 수의사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어요. 무리한 다이어트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요요현상이 올 수 있으니 한 달에 500g 정도씩 빼는 걸 목표로 관리를 시작했죠.
운동량을 늘리기 위해 범이와 산책을 나가면서, 범이는 산책에 점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어요. 산책 간다는 신호를 알아채면, 한눈에 봐도 방긋 웃는 표정으로 굉장히 신나했죠. 처음에는 산책하러 나가면 코를 땅에 바짝 붙이고 땅을 코로 쓸어내리듯 걸었는데요. 산책에 적응한 후부터 범이는 얼굴을 당당히 들고 사람 보폭에 맞춰 걷는답니다.
산책 말고 식이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범이는 원래 사료나 고기류 간식만 좋아했는데요. 오이나 양배추, 고구마 같이 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적정량 주다 보니 범이도 잘 먹더라고요. 좋은 사료와 채소류를 소량 급여했더니 살이 빠지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총 7kg 감량에 성공했어요! 허리둘레도 78cm에서 65cm로 줄었어요! 산책도 하고 건강한 음식도 많은 먹은 우리 범이, 원래 귀여웠지만 살 빠지니 더 예뻐진 것 같아요!
🐶유기동물 입양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유기동물을 입양해 가족이 된다는 것, 물론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받는 것 없이 내가 주기만 하는 봉사는 아니에요. 함께 살다 보면 내가 한 고생의 몇 배에 달하는 사랑과 보람을 얻게 된답니다.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며 사랑을 주고받는 과정은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주죠. 많은 분들이 유기동물 입양에 동참해 저와 같은 감정을 느꼈으면 합니다!
범아, 우리 가족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오랫동안 함께 행복하게 지내자! 사랑해~~ <범이 보호자> |

사진 = 범이 보호자, 비구협
동그람이 장형인 trinity034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