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입양? 첫 번째 준비, 한 생명을 지켜줄 책임감을 두둑이 챙겨주세요. 두 번째 준비, 작고 어린 동물을 원하나요? 나이는 많지만 사랑을 받아줄 어른 동물도 눈여겨 봐주세요. 동그람이는 위 ‘두 가지 마음의 준비’를 착실히 한 분들의 감동 입양 후기를 전해요🙏 이번 사연은 유기동물 구조 및 입양 단체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동행)’을 통해 반려견 ‘나무(전 이름은 보네르/남아/2세)’를 입양한 ‘이종태’ 님의 사연입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반려견 ‘나무(2살)’와 함께 살고 있어요. 나무 자랑부터 시작하자면, 우선 정말 똑똑하답니다. 스트레스 받을까 봐 많이 가르치지 않고 그저 자연스럽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기다려’나 ‘앉아’, ‘손’도 스스로 알아듣고 멋지게 해냅니다. 또 어찌나 체력이 좋은지 반려견 놀이터에서 2시간 이상을 놀아도 전혀 지치지 않고 잘 돌아다녀요. 머리가 좋은데 체력까지 좋은 것 보면, 우리 나무는 여러모로 완벽한 반려견 같아요. 😁😍 제가 이런 나무를 입양하게 된 계기는 몇 장의 사진 덕분이었어요.
🌳1m 목줄에 묶여 살던 아기 백구
나무는 생후 3개월 때 형제 강아지와 함께 경마장에 버려졌다고 합니다. 이후 경마장에서 별다른 관리를 받지 못하고 거의 방치되듯 살았죠. 한창 호기심이 많을 때라 여기저기 냄새 맡기도 바빴을 텐데, 백구 형제는 1m 목줄에 묶여 살았어요. 바람과 뜨거운 햇살을 피할 집도 없어 그저 바닥에 누워 온종일 자는 게 하루 일과였죠.

정말 다행히도 동물 구조 및 입양 단체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에서 백구 형제를 구조했습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임시보호처로 옮겨진 백구 형제는 난생처음으로 보호자의 따뜻한 손길을 받았죠. 푹신한 이불에 누워 잠을 자며 백구는 그제야 어린 강아지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어요.

이때 임시보호자님이 백구 형제의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사진을 온라인에 많이 올리셨는데, 제가 그 사진을 봤습니다. 사진 속 나무의 모습은 정말 사랑스러웠고, 아내와 상의한 끝에 백구 형제 중 한 마리를 입양하기로 했죠. 훗날 별이 될 때까지 우리 집에 나무처럼 깊은 뿌리를 내리고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기원한다는 뜻으로 나무라는 이름을 선물했어요.
🌳나무와의 첫 만남
나무를 보러 갔을 때 첫 만남이라 그런지 많이 떨렸습니다. 친해지기 위해 간식을 조금씩 주니 잘 받아먹더군요. 리드줄을 채우고 새 보금자리로 향하려 하는데, 나무가 임시보호자님을 바라보며 조금 머뭇거렸어요. 나무도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을 준 임시보호자님이 고마웠는지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짧지만 의미 있던 인사를 마치고 나무를 태워 새 집에 무사히 도착했죠.

나무는 임시보호처에서도 배변패드에 100% 대소변을 해결하는 영특함을 보였다고 했는데, 저희 집에 오자마자 거실 카펫 위에 시원하게 배변을 했습니다. 저와 아내가 순간 놀라 당황했지만, 새 환경에 아직 적응하지 못해 벌어진 실수라 생각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죠. 처음에 긴장한 듯 불편해 보였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는지 곳곳을 탐색하며 집 구경도 했습니다.
🌳나무의 뿌리내리기
나무는 입양 후 저희 집에 빠르게 적응하기 시작했어요. 장난감도 잘 갖고 놀고, 산책도 잘 했죠. 저희 부부는 아침 출근 전 30분 정도 나무와 산책을 다녀오고, 출근 후에도 나무와 산책을 나가는 습관도 생겼어요. 산책을 나가 동네 댕댕이들과 자주 만나며 나무와 친해진 아이들도 제법 생겼죠. 나무는 사고 한 번 안 치고 저희 집에 정말 잘 적응해 주었어요.

그런데 딱 한 번, 나무 때문에 정말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저희 아파트 단지 주위에는 녹지가 많고 자연이 잘 보존돼 있어 가끔 야생동물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하루는 제가 나무와 아침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고라니가 출몰했죠. 고라니가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풀숲으로 뛰어가자 나무도 덩달아 흥분하기 시작했어요. 저도 그만 리드줄을 놓쳐버렸고, 그 사이 나무는 우거진 풀숲 안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았죠. 😰😱😨
너무 놀랐지만 일단 나무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계속 나무를 불렀어요. 평소에도 제 목소리를 들으면 바로 반응하는 터라 제 목소리를 들은 나무가 스스로 돌아오길 기다렸죠. 나무와 제가 같이 있던 장소에서 애타는 마음으로 계속 불렀는데.. 정말 한~참 후에 나무가 혼자서 터벅터벅 걸어서 나오더군요. 🤣😂 나무를 이대로 놓치는 줄 알고 정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부터는 산책 중 절대 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 조심해야 된다는 교훈을 얻었죠. 저에게 그날은 정말 놀라고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나무에겐 고라니를 쫓아간 흥미로운 산책 에피소드로 남아 있겠죠? (아무리 흥미로워도 앞으론 절대 따라가지 말자 나무야😭)
🌳나무가 온 뒤? 행복 Flex🤟
어렸을 적 저희 집 마당에는 개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그 개가 너무 좋아서 마당에서 함께 뛰어놀았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죠. 나중에 성인이 되면 반려동물을 입양해 끝까지 책임지고 잘 돌봐주겠다는 다짐을 했었어요. 그러다 첫 번째로 입양한 반려견이 바로 나무예요.

나무는 작은 강아지처럼 애교가 많고 살가운 성격은 아닙니다. 잠도 혼자서 자는 꽤나 독립적인 성격이죠. 하지만 그런 점도 저에겐 너무나 귀엽고 예뻐요. 나무가 온 뒤로 집안 청소도 더 자주 하게 됐지만, 덕분에 집 바닥이 예전보다 훨씬 깨끗해졌습니다. 나무가 온 뒤로 아침, 저녁으로 매일 산책을 다닌 덕분에 제 건강도 훨씬 좋아지고 부지런해졌죠. 나무 덕분에 아내와 함께 웃는 날도 많아졌고요, 나무가 저희 집에 불러온 변화는 모두 긍정적인 것뿐입니다.
🌳나무야! 벌써 아빠하고 같이 산 지도 1년 반이 다 되었네~ 부디 지금처럼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오래 아빠와 함께 하기를 바랄게. 나무야 사랑해💖💖 |
사진 = 나무 보호자님 이종태님
글=동그람이 장형인 trinity034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