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어길 각오?’ 동물을 법대로만 구조할 그날을 기다리며

처음 동물단체에 입사한 때가 2011년이었으니 어느새 10년 전의 일이다. 그 뒤 10년 전에 입사했던 단체에 다시 돌아와 보니 법과 제도, 세상이 꽤 변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종종 있다. 동물의 생명과 권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나 인식 수준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고, 예전에는 한계로 작용하던 법의 허점 역시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  견사에 방치되었던 개들은 아프간하운드, 화이트 테리어, 사모예드 등 모두 품종견이었다. 동물자유연대 2014년 1월, 유독 추위가 기승이었던 어느 날, 경기도 한 축사에 개 30여 마리가 방치되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맞이한 개는 그 절반에 불과했다. 대신 굶주림과 추위에 목숨을 잃은 녀석들이 견사 곳곳에 쓰러져있었다. 그중에는 굶주림에 견디다 못한 개들에게 뜯어먹힌 사체도 보였다. 사체와 개들이 한 데 엉켜 지내고 있는 축사는 삶보다 죽음에 훨씬 가까이 닿아 있는 듯 느껴졌다. 견사에 있는 개들은 아프간하운드, 화이트 테리어, 사모예드 등 모두 품종견이었고, 같은 품종의 암수 두 마리가 하나의 견사에 들어가 살고 있었다. 품종부터 사육 방식까지 명백한 불법 번식장이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견주는 가끔 견사에 들러 먹이를 주고, 새끼가 태어나면 새끼들만 데리고 갔다고 한다. 두 마리가 같은 견사를 쓰고 있었지만, 대부분 둘 중 한 마리만 살아남아 간절하게 울타리를 붙들며 사람을 향해 목청을 높였다. 그나마 한 마리조차 목숨을 부지하지 못하고 사체만 남은 견사도 눈에 띄었다. 길게 엉킨 털이 걸레짝처럼 몸에 들러붙어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거나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갈비뼈가 앙상하게 야윈 녀석들이 견사에 방문한 우리를 보고 세차게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녀석들은 자신을 이런 지옥으로 내몬 존재가 사람이라는 원망보다는, 이제야 밥과 물을 얻을 수 있다는 안도와 반가움이 더 큰 것 같았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을 미워할 줄 모르는 동물의 대책 없는 애정을 마주할 때면 차마 그들의 눈을 제대로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부끄럽고 괴롭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갈비뼈가 앙상하게 야윈 녀석들이 견사에 방문한 사람들을 보고 세차게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동물자유연대 누가 봐도 명백한 동물 학대 현장임에도 구조는 난항에 부딪혔다. 당시의 동물보호법으로는 그들을 구조할 방법이 없었다. 그때만 해도 동물보호법은 고의로 사료나 물을 주지 않아 동물이 죽었을 경우만 동물 학대로 규정했다. 동물을 굶겨 죽인 사람을 학대로 신고할 수는 있었지만 동물을 방치하는 행위 자체는 학대에 해당하지 않았기에, 동물이 굶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격리 조치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단단하게 떡진 털이 온몸을 옥죄고 영양부족으로 피골이 상접한 개들이 사체와 같은 공간에서 뒤엉켜 생활할지라도 견주의 소유권 포기가 없는 한 그들을 합법적으로 구조할 방법은 없다는 뜻이었다. 법이 이럴진대 담당 지자체에서 이들의 격리조치에 나서줄 리는 만무했다. 당시 단체는 결국 법적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며 구조를 감행했다.  이 사건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방치도 학대’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됐다. 고의로 방치하는 행위도 동물 학대로 규정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통과 촉구 서명 운동에 2만 명 넘는 시민들이 동참했다. 그 결과 2018년, 반려동물에 대한 사육·관리 의무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처벌하도록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어찌 보면 이런 내용을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도 하다. 동물 역시 굶주림과 공포, 신체적·정신적 불편에서 자유롭고 편안할 권리가 있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상식 아니던가. 그러나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렇지 못했다. 방치를 학대로 규정한 법 개정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상식이 상식으로 통하지 않는 사회적 결여의 증명이기도 했다.  두 마리가 같은 견사를 쓰고 있었지만, 대부분

범죄의 온상 ‘사육곰 농장’에서 본 잊히지 않는 슬픈 장면

제일 처음 곰을 실제로 본 건 동물원에서였다. 국내 한 동물원에서는 관람객들이 버스를 타고 맹수가 사는 공간에 들어가 사자, 호랑이, 곰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철문이 열리고 느린 속도로 달리는 버스 안에 앉아 유리창 너머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동물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버스 창가에 매달아놓은 먹이를 먹기 위해 사자나 호랑이가 

‘애니멀 호더’ 생지옥! 참담하고 절박했던 80마리 구출기

그야말로 지옥이라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쌓여있었는지 모를 배설물이 빗물에 섞여 진창이 된 바닥은 한 발짝 옮길 때마다 마치 갯벌 위를 걷는 것처럼 발이 푹푹 빠졌다. 장화를 신었는데도 찐득한 바닥을 밟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엉망이 된 개들의 발을 보니 지금 내 상황을 불만스럽게 느끼는 것조차 미안해졌다. 갈비뼈를 앙상하게

화순이가 죽어서야 끝난 돌고래 체험…남은 23마리 위해 해야 할 일

‘화순이‘가 죽었다. 제주 마린파크에서 전시와 체험에 이용되던 돌고래 이야기다. 2008년 개장 후 지금까지 지속해오던 마린파크의 체험 프로그램은 화순이의 죽음과 동시에 막을 내렸다. 마린파크 마지막 돌고래였던 화순이가 죽음으로써 체험에 쓸 돌고래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바다가 아닌 수족관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화순이는 마지막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스러져가는 생명을 느끼며 바다를  꿈꾼 건 아니었을까. 동물을 의인화하는 일을 경계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홀로 수조에 남아 죽어갔을 화순이를 생각하니 자꾸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힌다.올 8월에 죽은 화순이를 포함해 마린파크에서는 총 8마리 돌고래가 모두 시설에서 죽음을 맞았다. 특히  작년 8월부터 1년 사이 무려 4마리의 돌고래가 폐사했다. 이 모든 죽음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봐온 화순이는 올해 3월 ‘낙원이’까지 죽으며 결국 홀로 시설에 남게 되었다. 시민단체들은 낙원이가 죽은 뒤 마지막  남은 화순이라도 살릴 수 있도록 마린파크에 방류를 촉구했다. 그러나 마린파크는 살릴 방법을 찾는 대신  최후의 순간까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길을 선택했다. 체험에 쓸 돌고래가 화순이만 남았을 때에도  마린파크 영업은 계속 이루어졌다. 최근까지도 개장했으니 아마도 화순이 상태가 극도로 악화될 때까지 영업을 지속했을 것이다. 인간과 동일한 대우는 어렵다 해도 그동안 이용해먹었던 대상으로서 최소한의  측은지심이라도 존재했다면 그렇게까지는 못할 일이다. 혼자 남겨진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화순이는 친구들 뒤를 따랐다. 화순이에게 허락된 시간이 길지 않다는 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돌고래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인 ‘영리함’은 반대로  그들이 감금과 전시에 부적합한 이유이기도 했다. 자아를 인식하고 자신들만의 언어를 사용할 정도로 높은 지능을 가진 돌고래는 수족관에서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넓은 바다에서 초음파는 돌고래들끼리의 대화 수단이었지만, 사방이 막힌 비좁은 콘크리트 수조에서는 초음파가 벽에 반사되며 소통이 아닌 고통만을 안겨주었다. 사람들이 이명을 겪듯 수조 속 돌고래는 소음으로 인한 괴로움에 시달린다. 이런 환경에서 같이 지내던 돌고래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혼자 남겨진 화순이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화순이는 2009년 일본 다이지에서 잡혀온 뒤 지금까지 12년간 시설에 갇혀 체험에 이용됐다. 홈페이지상 돌고래를 소개하는 페이지에 ‘일본에서 제주로 이사를 왔다’고 표현해 놓았지만 사실은 돌고래 학살지로 유명한 일본 다이지에서 잔인하게 포획되어 돈벌이를 위해 우리나라 수족관으로 반입된 것이다. 체험  시설에서는 돌고래를 못 움직이게 억지로 잡아 두고 끌어안고 입을 맞추며, 돌고래 등지느러미를 붙들고  수영을 시킨다. 이 같은 기괴한 행태는 ‘교감’이라는 단어로 포장된다. 교감이란 서로 느낌과 감정을 함께  나눈다는 뜻인데, 자연에 사는 동물을 가둔 채 강제로 붙들고 만지고 끌어안는다고 해서 동물과의 소통과  교류가 이루어질 리는 없다. 동물과의 교감이나 소통으로 포장하는 현재의 동물 체험 프로그램은 그저 인간의 욕구 충족을 위한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동물 착취에 불과하다.  제주 마린파크 공식 홈페이지에 실린 화순이, 안덕이, 낙원이, 달콩이 소개 글. 위 돌고래 4마리는 모두

‘3대 개시장’ 중 남은 대구 칠성시장…동물단체 활동가의 촌철살인

또다시 코앞에 닥쳐왔다. 지긋지긋한 복날이. 동물단체 활동가 입에서 ‘개식용’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벌써 비난과 욕설을 장전하고 공격 시동을 거는 이들을 숱하게 봐왔다. ‘개만 불쌍하냐! 다른 동물은 놔두고 왜 개만 편애하냐!’는 레퍼토리에는 이제 더 이상 감정의 동요도 일지 않는다. 그런 말하는 사람치고 농장동물 복지를 위해 활동한다거나 고기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본 적이

‘고작 고양이 죽은 걸 갖고..’ 동물학대자에겐 천국인 이 아파트

2019년부터 지금까지 20마리 넘는 길고양이가 살해당한 아파트가 있다. 사체를 발견한 수만 20마리 이상이고, 하루아침에 갑자기 사라진 길고양이들까지 헤아리면 3년간 수십 마리의 길고양이가 해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길고양이 목숨이 바람 앞 등불 같은 처지라고 해도 한 아파트에서, 그것도 같은 장소에서 매년 십여 마리의 길고양이가 사라지거나 사체로 나타나고 있다는 건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