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 씨앗 [냥글냥글 고양이 여행]

옆 동네 고양이 ‘사이다’가 세 마리의 자식을 낳았다. ‘라즈’, ‘블루’, ‘베리’는 모두 밝은 성격이다. 솔직하고 장난기 많은 아이들의 모습에서 사이다의 어린 시절이 겹쳐 보였다. 화분이 놓인 곳은 고양이들이 선호하는 장소였는데, 마치 꽃의 요정처럼 보였다.

당신이 잠든 사이.. ‘밤의 길냥이들’은 눈을 뜬다

길을 걷다 보면 길고양이를 위한 급식소와 겨울집이 심심찮게 보인다. 기대를 품고 급식소나 겨울집 근처를 둘러봐도 의외로 고양이는 보이지 않아 실망한 경험이 있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당신이 시간을 잘못 잡아서 그렇다.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고양이들은 밤이 되면 하나 둘 나타나 거리를 활보한다. 오후 내내 자신들만의 비밀 장소에서 낮잠을 자며 체력을 보충하다가, 해가 질 때쯤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는 실내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보다 야행성이 더 강한 것 같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사냥감이 활발히 움직이는 시간에 생체리듬이 맞춰진 것일 수도 있고, 먹을 것을 나눠 주는 사람들이 주로 저녁시간대에 찾아와서 그제야 활동을 개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라면 고양이들이 한적한 ‘밤의 낭만’을 즐기려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 밤은 뭘 하고 놀까냥?’ 밤이 되면 고양이들의 동공은 서서히 확장된다.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지면 동공이 홍채를 새까맣게 덮어 본래 눈 색깔이 어떤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반짝이는 칠흑 같은 눈은 가만히 있어도 호기심과 장난기가 가득 어린 것처럼 보인다. 동공을 한껏 키운 채 사냥감을 노리며 집중하는 고양이가 떠올라서다. 깊은 밤이 되면 고양이들의 흥분도는 최대로 오른다. 가상의 사냥감을 상상하며 미친 듯이 뛰어다닌다. 이럴 땐 정말 귀신을 보아서 저런 게 아닐지 의심될 정도다. 나무에 손톱을 긁다가 갑자기 놀란 토끼 눈으로 질주하고, 숨어 있다가 다른 고양이들을 놀래키며 추격전을 펼친다. 뜬금없이 폭풍 그루밍을 하는 것도 밤고양이들의 특징 중 하나다. 홍채가 까맣게 뒤덮인 고양이의 눈에는 생기가 돈다. 하지만 무아지경으로 뛰어다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길어 봤자 5분에서 10분 정도랄까. 놀다 지친 고양이들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거친 숨을 내쉬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빠른 속도로 들썩이던 옆구리는 점점 제 속도를 찾는다. 화려한 도시의 조명보다 빛나는 고양이들. 밤고양이들도 잠든 새벽, 공원에는 도시의 소음이 유난히 크게 들려온다. 차 소리, 경적 소음이 나무 사이를 비집고 울린다. 시끄러워서 과연 잠은 올까 싶지만, 고양이들에게는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소음 차단기라도 하나씩 가지고 있는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불면을 모르는 고양이들은 세상 소음을 잊고 스르르 단잠에 빠진다. “오늘 밤도 즐겁게 놀았다냥.” 글·사진 진소라2019년 봄 우연히 만난 동네 고양이 “뽀또”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하면서 길고양이의 매력에 빠져, 3년째 길고양이 사진작가로 살고 있다.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길고양이와, 그들을 사랑으로 감싸주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가까이 때론 멀리 여행을 떠난다. 저서로 <숨은 냥이 찾기>가 있다.

굶주리고 아픈 길냥이의 본모습 찾아주는 ‘꿀팁’은?

고양이를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꼭 한 번은 아프거나 배고픈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구내염이 심해 씹지 못하는 고양이에겐 액체형 간식을 주고, 기록용 사진을 한 장 정도만 남긴다. 아픈 고양이들은 대부분 경계심이 높은 데다가 당장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마음이 무겁다. 배고픈 고양이는 일단 먹이고 본다. 한밤중, 여행지에서 숙소

ESTJ부터 INFP까지 다 모인 듯.. 공원 길냥이들의 성격차

서울의 한 공원에는 다양한 성격의 고양이들이 살고 있다. 사람을 굉장히 좋아해서 눈만 마주쳐도 몸을 굴리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외향적인 고양이. 반대로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내향형 성격을 가진 고양이들도 있다.   외향형 고양이들은 늘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 있다. 과연 길고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에게 친숙하다. 고양이들은 보통 움직임이

‘냥칼코마니’ 그 자체! 따라쟁이 고양이의 속마음은..

고양이는 ‘거울 신경세포’˙가 발달해 친밀감을 느끼는 상대방의 행동을 모방한다고 한다. 공원 고양이에서 이제는 우리 집 반려묘가 된 오레오는 이 거울신경세포를 아주 많이 보유한 듯하다. 뽀시래기 시절에는 어미 고양이 오즈에게 조종당하듯 포즈와 행동을 열심히 따라 했는데, 아쉽게도 오즈가 자식 중에 가장 먼저 오레오한테 정을 떼는 바람에 따라쟁이 본능을 발휘하기 힘들어졌다. ˙특정 움직임을 수행할 때와 다른 개체의 특정한 움직임을 관찰할 때 모두 활성화되는 신경세포. 일부 과학자들은 모방과 언어 습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여기고 있다. 오즈(왼쪽)와 오레오의 모습. Ctrl+C, Ctrl+V인 줄.. 동그란 눈과 입 주변의 동그란 무늬는 아빠 뽀또를 거푸집으로 찍어낸 듯하고, 고등어 무늬 코트는 엄마 오즈한테 물려받았다. 오레오의 다음 타깃은 아빠 고양이 뽀또였다. 오즈가 공원을 떠나고 형제들이 독립하자 오레오는 뽀또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했다. 오레오는 오즈가 그랬듯 뽀또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오레오는 똑같은 간식을 줘도 우선 뽀또 앞에 놓인 간식 냄새를 확인했다. 똑같은 간식이라는 걸 확인한 다음에도 뽀또 몫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았고, 밥 먹을 때나 물 마실 때도 뽀또가 먹을 때까지 참았다가 따라가서 같이 먹었다. 엄마가 공원을 떠나고 아빠 뽀또의 왼팔(?)이 된 오레오. “나도 같이 구르자냥~” 두 부자 고양이가 동시에 활짝 웃는다. 껌딱지처럼 딱 달라붙는 오레오 때문에 뽀또는 지친 기색이었다. 급기야 뽀또는 오레오가 다가오면 냥냥펀치를 날리며 경고했다. 그런데도 오레오는 개의치 않았다. 한시라도 뽀또와 떨어질 바에는 차라리 한 대 맞더라도 함께 있는 게 낫다는 듯이. 그런 오레오를 보고 있으면 고양이가 독립적인 동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그만 좀 따라 다니라옹!” 참다

횟집서 사는 통통한(?) 냥이 보고 편견을 반성한.ssul

쌀쌀한 바람이 불던 어느 날, 바닷가에 있는 마을을 걷는 중이었다. 치즈 고양이 한 마리가 횟집 앞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호객행위라도 하는 걸까?’ 자석에 이끌리듯 나는 어느새 횟집 앞에 서 있었다. 고양이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고, 내가 다가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들이 크게 떠드는 목소리와 발소리도 당연한 듯 보였다.

어린 시절 추억의 동네, ‘길냥이 천국’으로 탈바꿈했다?

언젠가부터 부모님이 내게 길고양이 사진을 보내주신다. 평생 고양이에게 전혀 관심이 없으셨던 두 분이지만, 언니와 내가 뽀또와 오레오를 입양하고 난 후부터 길고양이가 눈에 들어오시는 듯하다. 여행 중 우연히 만난 길고양이 사진을 한두 장씩 보내시더니 최근에는 동네 고양이 사진도 종종 보내신다. 동네에 길고양이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 나는 부모님 댁에 갈

‘한발 다가가면, 두발 도망가는…’ 길냥이들의 진심은?

길고양이마다 사람과의 거리감은 제각각이다. 낯선 사람을 포착하자마자 잽싸게 도망가는 고양이, 멀리서만 바라보는 조심스러운 고양이, 때로는 먼저 다가와서 궁디팡팡을 요구할 정도의 ‘개냥이’도 있다. 그들과의 적당한 거리감은 어느 정도일까. 길냥이들을 만난 경험을 토대로 보면, 대체로 나이 많은 수컷 고양이들이 사람과 적절한 거리를 둘 줄 아는 것 같다. 서울 홍제동 담벼락에서 만난 치즈

‘잘할 수 있을까?’ 1년 돌보던 길냥이와 평생을 약속했다

작년 여름, 나는 매일 돌보던 동네 고양이 “뽀또(치즈)”와 그의 아들 “오레오(고등어)”를 구조해 입양했다. 당시 나는 살던 집의 전세 계약이 끝나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야 했다. 이대로 고양이들과 헤어지거나 함께 살거나 선택지는 둘 중 하나뿐이었다. 불과 반 년 전만 해도 뽀또와 오레오를 가족으로 맞이할  자신이 없었지만, 막상 정든 고양이들을 앞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입양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버렸다. 6월경, 공원에 비비추꽃이 만발하던 때 입양을 결정했다. 부동산에서 이사 날짜를 받아들고 온 언니와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반려동물은 처음인 우리 자매가  해낼 수 있을까…?’ 일단 경제적으로 고양이 두 마리를 돌볼 수 있는지 계산했고, 그다음으로 마음의 문제를 들여다보았다.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감이었다. 앞으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불가피하게  사정이 나빠져도 고양이들을 지켜낼 수 있을지 말이다. 지난날을 차근히 되돌아보았다. 1년 동안 고양이들과 만든 추억들이 우리에게는 자신감의 원천이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고양이들의 밥을 챙기러 나간  수많은 날들…. 어느새 고양이와 우리 사이에는 끈끈한 우정이 생겼고, 그들은 이미 우리의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고양이들을 데려오겠다는 결심은 단단하게 굳어졌다.  “급식소 만들어줘서 고맙다옹~” 입양은 이후 겪을 일에 비하면 작은 허들에 불과했다.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마쳤건만, 그래봤자 나는  겁 많은 초보 집사였다. 뽀또와 오레오는 낮에는 곧잘 지냈지만, 활동성이 강해지는 새벽이 되면 구슬피  울어대며 뛰어다녔다. 고양이들은 발이 닿곳이라주방후드 위까지도 직접 올라가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듯했다. 예상 밖의 일이 벌어질 때면 어찌나 간담이 서늘했던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저  시간이 약이라며 버티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입양 첫날, 새집에 적응하랴 동물병원에 다녀오랴 지친 기색이다. 고양이들이 안정감을 찾게 된 것은 반년 정도 지났을 때부터였다. 돌발 상황의 발생 빈도는 현저히 줄었다. 자신들이 꿰고 있는 공간이라고 확신한 모양인지 길고양이일 때는 몰랐던 새로운 면모를 하나둘 보여줬다. 코를 골며 자는 모습, 꿈속에서 사냥놀이라도 하는지 수염과 발을 부르르 떠는 모습들…. 긴긴 적응  기간을 마치고, 드디어 이 집이 그들에게 마음 놓고 잠잘 수 있는 공간이 된 것 같아 기뻤다. “슬슬 광란의 우다다를 시작해 볼까냥?” 밖에서는 열심히 그루밍을 해도 늘 먼지 때문에 까맣던 발이

생각대로 안 됐던 ‘섬냥이 만나기’… 그래도 고양이가 고마웠다

예로부터 섬에는 육지보다 고양이들이 많이 산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제주로 떠났다. 특히 우도는 ‘섬 속의 섬’이니 고양이들을 쉽게 만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우도까지의 여정은 제주에서 배를 타고 20분. 비교적 순탄한 여정이라 모든 게 순조로울 줄 알았건만,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난다는 여행의 법칙은 빗겨나지 않았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은 이유는

“오케이, 아유 귀엽다~!” 출사 때마다 길냥이 모델 극찬하는 이유

나는 사람들 앞에서 고양이를 유난히 칭찬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듣곤 한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진 스스로 눈치채지 못했지만, 어쩌면 나는 고양이 사진을 찍을 때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칭찬을 굳이 입 밖에 꺼낸 것은 사람들이 들어주길 바라서였던 건 아닐까. 보물을 발견한 듯이 사진을 찍고 있으면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더

미끄럼틀 타는 젊은 길냥이,텅 빈 놀이터를 패기로 채우다

고양이만큼 노는 걸 좋아하는 동물이 또 있을까? 초겨울만 되어도 공원은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겨 부쩍 조용해지지만, 공원이 보금자리인 고양이들은 공원을 떠날 줄 모른다. 한겨울에도 고양이들은 공원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그들의 놀이는 멈추지 않는다. 신이 나 보이는 뽀또와 오레오 한겨울의 한산한 놀이터는 뽀또와 오레오의 아지트였다. 얼음처럼 차가운 모래 위에서도 고양이들은 뛰어다니고

제주 귤밭의 ‘천하태평’ 냥이 삼형제에게도 슬픔은 있었다는데…

귤밭을 품고 있는 제주도 어느 카페에는 고양이 삼형제가 산다. 고양이는 시큼한 귤 향을 싫어한다고들 하던데… 무엇이든 절대적인 것은 없나 보다. 고양이들은 커피 내음과 귤 향이 뒤섞인 카페 정원을 누볐다. 이곳에는 동물 친구들이 많았다. 오리 가족은 줄을 맞춰 귤밭을 돌아다니며 감귤과 잎사귀를 갉아먹는 달팽이를 잡았다. 오리 가족이 열심히 일해준 덕인지 귤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정원에는 귀여운 반려견도 있다. 이

결코 하루아침에 세워졌을 리 없는, 밤의 ‘고양이 천국’

쌀쌀한 바람이 부는 초저녁, 재래시장 상점들이 하나둘 문 닫을 시간이다. 인적 드문 밤 시장은 고양이들의 세상이다. 시장 한쪽에서는 대여섯 마리 고양이 무리가 주황 불빛 아래 옹기종기 모여 저녁 식사 중이었다. 먹어도 먹어도 반자동 급식기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사료와 물, 그리고 한 입 크기로 손질된 횟감까지…. 고양이들이 단체로 장을 봤나 싶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