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마니아 냥님과 사는 집사의 행복한 상상

“마! 니 서마터폰 중독이다!” 흠칫, 놀라신 분들이 계실 것이다. <무는 고양이와 하찮은 집사>를 사랑해주시는 대부분의 독자들도 서마터폰, 아니 스마트폰으로 이 글을 읽고 계시리라 짐작한다. 굳이 이 글만 콕 집어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네이버의 검색 데이터를 살펴보면 모바일 검색량이 PC 검색량을 압도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당장 대중교통 현장을 한 번 생각해보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손바닥만한 전자 기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언가에 몰입하는 사람들을 시야에서 떨쳐내기 힘들 것이다. 나 역시 하루 스마트폰 접속 시간이 10시간이 넘는 하드코어 스마트폰 중독자다. 스마트폰 기기가 작고 가벼워진 만큼, 콘텐츠에 몰입하는 일 역시 쉽고 간편해졌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과거에는 ‘서마터폰’ 대신 ‘테레비’, 그러니까 TV가 오랫동안 콘텐츠 중독의 왕좌를 지켜왔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을 불편해하시는 우리 어머니 역시 광대한 TV 화면으로부터는 자유롭지는 못하다. 사람이 아침에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올려서 저녁에 눈꺼풀이 다시 무겁게 감길 때까지 우리집 TV는 쉬지도 않고 다채로운 빛을 뿜어낸다. 잠든 어머니의 손에는 항상 리모콘이 자리하고 있다. 마치 내가 배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잠으로 빠져들 듯이. 모전자전의 현장! 꾸꾸 역시 엄마를 닮아 TV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양육자로부터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 피양육자는 없다. 위대한 모전자전의 원리는 종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알고 계신지? 그렇다. 우리집 막내아들 꾸꾸 역시 어머니의 생활 패턴을 그대로 닮아 TV 보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사실 고양이가 TV를 시청하는 것이 세상에서 오직 꾸꾸에게만 나타나는 희귀한 현상은 아니다. 고양이를 위한 유튜브 영상이 있을 정도로 많은 고양이들이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다. 보통 고양이들은 새들이 움직이는 영상에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튜브에서 ‘고양이가 좋아하는 영상’을 찾아보면 백이면 백,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당당하게 주연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새 영상을 틀어 놓으면, 고양이가 사냥을 시도하기도 한다. 새 다음으로 고양이가 좋아하는 스타는 물고기다. ‘어항 들여다보기에 중독된 고양이’가 웹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관찰을 기반으로 우리는 고양이가 작은 물체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꾸꾸는 새가 나오는 영상도 좋아하지만, 최애 프로그램은 따로 있었으니…! 꾸꾸도 그렇지 않냐고? 당연히 그렇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꾸꾸의 티비 시청이 꾸꾸의 천재성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주장하신다. 나도, 독자분들도 이 시점에서는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또 시작이네.’ 이번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범한 집사의 ‘주접’으로 끝나리라 예상하고, 벌써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른 독자분이 계실 지도 모르겠다. 잠깐만요, 가지 마세요!!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지 않습니까! 부디 5분만 더 투자해 주세요! 꾸꾸의 특별한 점은, ‘선호 프로그램’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사실 고양이들은 작은 물체가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이면 그게 영상이든 실물이든 관계없이 사냥놀이에 나서곤 한다. 하지만 꾸꾸는 그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모든 프로그램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다. 꾸꾸가 가장 열심히 시청하는 프로그램은 ‘동물 관련 프로그램’이다. 잠깐, 이러면 새나 물고기에 반응하는 다른 고양이들이랑 다를 바가 없지 않냐고? 아니,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니까요? 그것은 바로 자연 다큐멘터리와 동물 방송계의 대표주자 <TV 동물농장>이다! <동물의 왕국> 류의 자연다큐멘터리에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재미있게도 꾸꾸는 <TV 동물농장>이나 <고양이를 부탁해> 같은 인간 시점으로 만들어진 동물 프로그램을 열심히 시청한다. 단순히 물체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사냥놀이를 시도하는 수준이 아니다. 어머니께서는 말씀하신다. 단언컨대 꾸꾸는 ‘몰입’한다고.  꾸꾸가 가장 애청하는(?)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TV 동물농장>, <고양이를 부탁해>,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맞다. 동물 프로그램 삼대장이다. 꾸꾸와 함께하게 된 이후 드라마 일변도였던 어머니의 플레이리스트에 새롭게 추가된 목록들이기도 하다. (어머니께서는 올림픽 때문에 <TV 동물농장>이 한 차례 결방했을 때 올림픽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시기도 했다.)  TV 볼 때 꾸꾸의 몰입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꾸꾸는 이 프로그램들을 정말 열심히 시청한다. 기본적으로 화면을 열심히 들여다볼 뿐 아니라, 화면에 사냥놀이가 등장하면 마치 VR 체험이라도 하듯 사냥놀이에 나서기도 하고, 고양이나 강아지 친구들이 나오면 야옹야옹 울기도 한다. 그 모습은 뉴스를 보면서 혼자 욕을 하는 엄마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러다 다른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돌리기라도 하면, 금방 흥미를 잃고 다른 곳으로 떠나 버린다는 사실이다. 확실히 동물도 ‘보던 흐름이 끊기면’ 재미가 없는 것은 사람과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그래서 한 번은 집에 혼자 남겨지는 꾸꾸의 무료함을 덜어주기 위해 “TV를 켜놓고 출근하시는 건 어떠냐.”고 어머니께 건의했다가 전기 요금이 낭비된다는 이유로 단칼에 거절당한 적도 있다. (아니 엄마, 꾸꾸 티비 보는 천재 고양이라면서요!) 소심한 반항으로 내가 꾸꾸와 함께 지낼 때는 항상 동물 프로그램이나, 고양이 전용 유튜브 콘텐츠를 항상 틀어놓곤 한다.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제 몸보다 훨씬 큰 화면 속으로 빠져들기라도 하듯 몰입하는 꾸꾸를 보고 있으면 신기할 따름이다. 저게 몰입이지, 다른

82. 건강검진

※빠삐용의 감자농장 ☞ 시리즈 모아보기

“초보 집사 시절 앓던 병을 이제는 엄마가 앓고 있어요”

꾸꾸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8개월이 지났다. 동물공감에 격주로 업데이트되는 이 글 한 편을 쓰기 위해 내가 사용하고 있는 장비들은 다음과 같다. 가장 중요한 장비는 워드프로세서 용도로 사용하는 맥북 프로 2015년형이다. 나는 인터넷에 연결된 맥북을 사용해 자료를 찾고, 글을 타이핑하고, 편집자님께 송고한다. 여기에 손목과 허리, 목의 건강을 위해 맥북에